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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문재혁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 멈칫했고 눈빛이 복잡해졌다. 성주원이 태영 그룹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건 단순히 이익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그 해 그 사건 때문이었다. 문재혁은 무심코 조금 전 홍서윤이 앉아 있던 자리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확실해? 홍서윤 씨가 그때 그 여자애 맞아?” 성주원은 대답 대신 담배를 비벼 끄더니 뭔가를 감지한 듯 살짝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다. “거기 누구야?” 그는 곧장 걸어가서 문을 열었고 문 앞에 서 있던 창백한 얼굴의 홍서윤과 마주쳤다. 성주원의 눈빛에서 날카로움이 조금 가셨고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 두고 갔어요?” 홍서윤은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내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방을 두고 가서 찾으러 왔어요.” 그녀는 성주원을 스쳐 지나가 가방을 집어 들더니 뒤도 안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마치 무슨 괴물이라도 본 듯,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이. 성주원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검은 눈동자로 날카롭게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무슨 일 있어요? 어디 아파요?” 그러자 홍서윤은 크게 놀란 듯 몸을 뒤로 빼며 손을 빼내려 했다. 곧 울것 같은 표정인 그녀는 겁먹은 새처럼 떨고 있었다. “저... 괜찮아요.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손 놔주세요.” 성주원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결국 손을 놓으며 말했다. “조심해서 가요.” 손이 풀리자마자 홍서윤은 거의 달아나듯 뛰어나갔고 문재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뭘 들은 거야? 왜 저렇게 허겁지겁 뛰어가는 거지?” 성주원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깊은 어둠이 깃든 듯한 눈빛으로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오래도록 바라볼 뿐이었다. ... 홍서윤은 자신이 어떻게 레스토랑 밖으로 걸어 나왔는지조차 몰랐다. 사실 조금 전 그녀는 가방을 두고 온 걸 깨닫고 다시 들어갔다가 최태준의 이름을 들었다. 그것도 성주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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