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서이준은 놀란 눈길로 나를 바라보다가 늘 차분하고 담담했던 눈빛에 갑자기 웃음기가 번졌다.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그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여자를 해고해야 할지 묻는 거였어.”
“네 과거를 조사한 적이 없어서 너희 관계는 모르지만, 저 여자가 좋은 의도로 온 건 분명 아니야. 만약 내 약혼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더는 네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야지.”
나는 잠시 멍해졌다.
약혼식을 올린 뒤, 서이준과 나는 약간의 신체 접촉이 있었다.
약혼식에서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볼에 입을 맞추며 포옹하는 등.
양가 부모님 댁에 식사하러 다녀온 후에는 보통 손을 잡고 정원을 산책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고 다정한 행동은 처음이었다.
그 순간, 나는 과거 배승훈과의 시작을 떠올렸다. 내가 고백한 후,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했던 그 말이...
“바보야, 고백은 내가 해야지.”
그때 배승훈의 눈빛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그 사랑이, 달달했던 추억들이 어느새 시간이라는 파도에 휩쓸려서 모조리 떠밀려갔다.
나는 묵묵히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들었다. 서이준은 여전히 인내심 있게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지금의 복잡한 심경을 들키고 싶지 않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단지 나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한 회사 대표로서 사적인 감정이 너무 앞서는 게 아닐까?”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저 여자는 마땅히 해고되어야 해.”
서이준의 목소리에 약간의 진지함이 묻어났다.
“대표 전용 차고로 가는 통로에는 명확한 표지판이 몇 개 놓여 있거든. 그것조차 못 봤다면 단연코 실력이 뒤처진다는 표현이겠지.”
그는 무심코 휴대폰을 흘긋 보았다.
“3분 전에 비서에게 확인시켰는데 윤서아는 디자인 1팀 부장 배승훈의 가족으로 우진 그룹에 배치되었다고 하네.”
“해외 석사 학위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이력서를 바탕으로 디자이너 직책을 부여했어. 하지만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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