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배승훈 씨, 당신은 디자인 2팀 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윤서아 씨의 미완성된 작업을 여러 번 뒷수습해주었고, 다른 직원들에게 떠넘겨 매일 밤 야근하게 했죠. 한 팀의 리더로서 배승훈 씨의 편파적인 처사는 직무 유기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흘 전 윤서아 씨가 제출한 디자인이 경쟁사의 작품을 표절한 것인데 배승훈 씨는 그걸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윤서아 씨에게 기회를 주려고 곧바로 그 작품을 고객사에 전달했습니다.”
“현재 고객사 측에서 이를 발견하고 우리 회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어요.”
“배승훈 씨가 우진 그룹에 명예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으므로, 과거 우진 그룹 지사에서의 뛰어난 성과를 감안하여 스스로 책임지고 사직하시기 바랍니다.”
배승훈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나는 그가 변명하거나,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애원할 줄 알았다.
이 남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아니까.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최대한 빨리 사직하겠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그렇게 끝났다.
뭇사람들은 금세 흩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나는 배승훈과 윤서아의 뒷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회사에는 법무팀이 있고, 각 부서도 후속 처리를 진행할 테니까.
내 신분이 공개되면서 처음엔 동료들도 약간 어색해하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아침에 그들은 나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과거 함께 즐겁게 일했던 추억도 되새기며 이 어색함도 곧 지나가리라 믿었다.
퇴근 시간, 회사 건물 아래에서 윤서아와 배승훈이 뒤엉켜 있었다.
“승훈아, 가영이 찾아가지 마. 내가 싫다잖아.”
“넌 항상 나를 제일 신경 썼잖아. 알았어, 네 마음 받아줄게. 우리 사귀자. 이제 됐지?”
배승훈은 그녀를 뿌리치고 눈가에 오직 혐오감만 가득 찼다.
“이제야 알겠네. 가영이 그때 심정이 어땠을지. 차선책이 된 기분이 바로 이런 거였구나.”
“서아야, 널 오랫동안 좋아한 건 맞아. 내 기억 속 너는 늘 운동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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