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말없이 듣고 있던 박재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 여자애 이름이 혹시 은아였나요?”
박재현의 질문에 철수는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은아! 은아였어요.”
“그때 도련님이 설 지나면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도 하셨어요.”
철수의 말을 듣던 박재현은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 났다.
설 지나면 데리러 가겠다고 해놓고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으면서 그 약속도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박재현은 그제야 고성은이 전에 했던 말들이 이해가 되었다.
12년 동안 좋아했다는 그 말이 무엇인지, 왜 자신만을 보고 박씨 집안에 시집온 건지 이제 다 알 것 같았다.
고성은은 어릴 적 자신을 구해주었던 박재현을 잊지 못했던 것이다.
심장에서만 느껴지던 고통은 생각을 거듭할수록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박재환을 옥죄이고 있었다.
...
저녁이 되자 박재현은 예약해두었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서 그런지 조명부터 음악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창가 자리에 앉은 박재현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매만지며 입구 쪽을 두어 번씩 쳐다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일 분, 일 초 흘러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지만 고성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기다리던 박재현의 표정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때 사고가 있어서 기억을 잃었다고, 그래서 약속을 못 지킨 거고 그래서 알아보지 못한 거라고 해명하고 싶었는데,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고성은은 결국 나타나질 않았다.
그때, 임준기에서 전화가 걸려오자 박재현이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얘기해.”
임준기가 하는 말들을 듣고 있던 박재현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굳어갔다.
박재현은 차분하다기보다는 시린 표정으로 와인잔을 응시하고 있었다.
“알겠어.”
전화를 끊은 박재현은 서늘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한 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을 나섰다.
그 시각, 변성 호텔에서는 정상회담 뒤풀이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의료계에서 내로라하는 대부들도 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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