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아래층.
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꽃무늬 셔츠 남자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고성은에게 두 손을 모아 인사하며 씁쓸하지만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제가 졌어요! 완패 인정! 대단한 실력이네요. 덕분에 한 수 배웠어요.”
그는 구경꾼들을 향해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내기에는 승복이 법이죠! 오늘 내가 무대 한 번 뽑고, 술값 전부 낼게요! 시원하게 마셔요!”
“좋아!!!”
군중이 또 한 번 폭발했고, 휘파람과 환호가 뒤섞여 솟구쳤다.
남자는 무대로 올라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몸짓을 뽐냈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줄곧 고성은에게 박혀 있었다.
조금 전 고성은의 실력에 반한 남자 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저기요, 사인 좀 해주세요!”
“연락처 추가해 주세요!”
“누나, 제자 받아요?”
순식간에 정수희와 고성은의 주위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정수희는 몇 마디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고성은은 갑작스러운 열기에 당황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현장은 잠시 인파로 뒤엉켰고, 몇 사람은 휴대폰을 머리 위로 들어 그녀를 찍어 올리려고 했다. SNS에 올리면 바로 대박이라며 말이다.
바로 그때 담배 향이 희미하게 밴 두툼한 외투 한 벌이 하늘에서 내려와 고성은을 머리부터 푹 덮었다. 짙은 천이 시야를 막자, 심장이 순간 움찔했다.
곧이어 차가운 손이 그녀의 손목과 어깨를 꽉 잡아챘고, 거부할 틈도 없이 인파 밖으로 확 끌어냈다.
고성은은 잠깐 휘청였지만 누군가에게 반쯤 안긴 채 빠르게 밖으로 이동했다. 거의 동시에, 실내의 또 다른 소란도 거칠게 정리됐다.
“길 비켜!”
분노 섞인 호령이 클럽을 가르며 퍼졌다.
고세형이 사람들을 헤치고 성큼성큼 정수희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따라와.”
억눌린 분노가 실린 한마디에 정수희는 반응할 틈도 없이 끌려 나왔고, 인파와 반대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란도 순식간에 멀어졌다.
한편, 클럽 문을 벗어나 서늘한 밤공기가 스치자, 고성은을 뒤덮고 있던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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