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박재현은 맨 앞에 서서 무대 위의 고성은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가슴은 통제받지 않고 제멋대로 뛰었다.
그는 몰랐다. 고성은이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게다가 눈을 가린 채로 이렇게 연주하다니, 국제적인 거장이라도 이 경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무릇 사람이라면 이러한 연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분명히 음악 천재였다.
박재현은 고성은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분에 휩싸였다. 한때 가벼이 여겼던 그 여자에게 이런 눈 부신 빛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객석에서 육정호의 두 눈도 활활 타올랐다. 몇 년 만에 듣는 그녀의 연주였다.
연주가 끝나자 고성은은 천천히 눈을 떴다. 길게 뻗은 속눈썹이 나비 날개처럼 가볍게 떨렸고, 그 모습은 정말이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장내는 숨소리조차 사라졌다. 모두가 조금 전 노래와 선율에 빠져 한동안 넋을 놓았다. 그러다 갑자기 뜨거운 박수가 터졌고, 찬사가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리안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고성은의 앞에 다가가 파랑국 언어로 벅찬 마음을 전했다.
“당신, 정말 훌륭했어요! 무대를 완성해 줘서 고마워요.”
고성은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마리안이 먼저 고성은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은 나란히 무대를 내려와 환호를 받았다. 그때 마리안의 남편과 박재현이 함께 다가왔다.
페리는 파랑국 언어로 말했다.
“제 아내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재현이 통역하려는 순간, 고성은이 유창한 파랑국 언어로 먼저 답했다.
“페리 씨, 과찬이세요. 저는 마리안의 노래를 무척 좋아해요. 함께 무대에 올라 영광이었습니다.”
‘이 여자... 파랑국 언어를 할 줄 알았어?’
박재현은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완벽한 파랑국 언어는 마치 음악처럼 리듬감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망설임 없이 페리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파랑국의 외교 대사이자 배성 그룹에 큰 영향력을 지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에게는 그가 모르는 비밀이 얼마나 더 숨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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