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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감정이 지나치게 둔감한 건지, 아니면 이혼한 여자가 으레 겪는 탈진인지, 곁에서 보는 사람은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성은은 얇게 썰어진 소고기를 천천히 데쳤다. 자기가 만든 소스에 살짝 찍어 꼭꼭 씹어 삼키기까지, 한 동작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 예쁘장한 눈동자엔 잔물결 하나 없었다. 감정이란 걸 짐작할 만한 표정조차 없었다. 박재현이라는 이름은 한때 그녀 가슴 깊은 곳에 박힌 가시였다. 손끝만 스쳐도 아린 오래된 상처와도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늘 존경하던 할아버지를 배신하면서까지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세상에 대놓고 알리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이제 보니 그는 정말로 강세린에게 마음을 준 모양이었다. 돌아설 생각조차 없이 끝까지 가려는 것 같았다. 그런 남자에게 3년을 바친 자신은 그저 하찮은 엑스트라였을 뿐이다. “성은아...” 정수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도리어 더 걱정스러워졌다. “진짜 괜찮은 거야?” 고성은은 고개를 들어 친구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했다. 그러곤 잔잔하게 웃었다. 솔직하고 담담한 미소였다.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왜, 그 사람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죽을 듯이 울어야 해?” “그래도 박재현 그 개자식은...” 정수희는 이미 속으로 그를 천 번도 넘게 저주한 상태였다. 이혼 도장도 안 찍은 마당에 저렇게 서둘러 강세린한테 정식 애인 딱지를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고성은의 마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하든 이제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고성은은 말을 끊고 익힌 고기를 입에 넣었다. “지금 내 관심사는 딱 하나야. 고기 먹고 집에 가서 푹 자는 것.” 정수희는 그녀의 그런 태도에 오히려 더 화가 났다. 마음속 분노가 끝내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진짜 어이없어, 미친 거 아냐?” 그녀는 테이블을 쿵 하고 세게 내리쳤다. “진짜 너무하잖아! 겨우 강세린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는데, 이제야 좀 숨통 트이나 싶었는데! 박재현 저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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