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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아니...” 박세홍은 말끝을 흐렸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그 망나니 같은 녀석이 벌이는 일을 생각하면 입을 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고성은에게 아이를 낳아달라고 할 면목이 없었다. 이 결혼이 이렇게 망가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때는 보기 좋게 이어졌던 인연이 이렇게 엉망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미간이 더 깊게 구겨졌다. 하지만 고성은은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찻잔을 들어 조심스레 뜨거운 김을 불어낼 뿐이었다. 그때, 멀리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이내 묵직한 발소리가 문밖에서 울렸다. 박재현이 돌아온 것이다. 몸에 꼭 맞는 정장을 입고 곧은 허리와 냉정한 표정을 한 채 들어선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방금 전까지 치열한 협상을 벌이다 막 빠져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할아버지.” 담담한 목소리였다. 박세홍은 벌떡 일어나 지팡이로 그의 다리를 힘껏 내리쳤다. 퍽! 퍽! 힘이 실린 매질이었다. 박재현은 맞고도 한 치 흐트러짐이 없었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이 못된 놈아!” 박세홍의 가슴이 들썩이며 분노를 토해냈다. “나는 눈에 뵈지도 않는 모양이구나! 우리 가문의 법도는 다 어디다 내던졌느냐!” 마른 손가락이 떨리는 채로 그를 향했고 흐려진 눈동자 속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분노가 이글거렸다. “이 집에 성은이 같은 며느리가 있는데 감히 바깥에서 다른 여자랑 얽혀? 그것도 세상천지에 소문을 내면서! 이게 대체 뭔 짓이냐! 박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고 내 얼굴에 먹칠을 하려는 거냐! 박세홍의 고함은 거실 가득 울려 퍼졌고 그 안엔 거스를 수 없는 위엄이 묻어 있었다. “지금 당장! 입장 표명해! 누가 배성 그룹의 정당한 안주인인지 세상에 똑똑히 밝혀! 앞으로 그 여자랑 다시는 엮이지 마라. 안 그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박재현은 거실 한쪽 어두운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잘생긴 얼굴엔 별다른 표정이 없었지만 그 주위로 흐르는 공기만큼은 숨이 막힐 정도로 차가웠다. 그는 박세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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