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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고성은은 잠시 멈춰 섰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외계인이라도 본 것 같았다. 대체 뭐가 그를 이렇게 착각하게 만든 건지, 박재현이 자기를 신경 쓴다고 믿게 만든 이유가 뭐였을지 궁금했다. ‘박재현과 강세린 사이가 덜 뜨거워 보였나? 아니면 이 사람 눈이 유별나게 둔한 건가? 이 정도의 눈치로는 우리 회사에서 수습도 통과 못 할 텐데...’ “이 영상 한번 보시죠.” 임준기가 차 문을 열고 태블릿을 꺼냈다. 샴페인 타워 영상이었다. 그때였다. 2층에서 화가 잔뜩 실린 목소리가 거칠게 터져 나왔다. “임준기, 당장 들어와!” “예! 갑니다!” 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고성은에게 돌아섰다. “사모님, 잠깐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고성은에겐 그럴 시간 따윈 없었다.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바로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박재현은 2층 난간에 서 있었다. 그녀가 대문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어디서 비롯된 건지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감이 안 그래도 복잡한 마음을 더 무겁게 짓눌렀다. 혼자 사는 아파트로 돌아온 고성은은 현관에 짐가방을 툭 내려놓았다. 집 안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더 외롭게 느껴졌다. 밤은 깊어지고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지만 눈은 감기지 않았다. 커튼 틈으로 달빛이 비집고 들어와 서늘하게 방 안을 비췄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갔다. 그러고는 맨 아래 서랍을 조심스레 열었다. 그 안에는 빛바랜 종이비행기 하나가 있었다. 고성은은 두 손으로 그것을 꺼내 천천히 펼쳤다. 종이의 가장자리는 많이 닳아 거칠었고 그 위엔 날짜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12년 전부터 기록된 날짜들이었다. 그와 만났던 날들을 적어놓은 종이였다. 그녀는 펜을 들고 마지막으로 기록된 날짜 옆에 오늘의 날짜를 적었다. [XX년 X월 X일] 손끝이 잉크 자국을 스치고 지나갈 때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한 속삭임이 들렸다. ‘오빠, 미안해. 이번엔 정말 여기까지야. 내가 누군지 기억 못 해도 괜찮아. 이 길을 정말 오래 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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