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고성은의 차가 화은 장원 정문에 도착했다.
정수희는 이미 먼저 도착해 있었고 고성은의 차를 발견하자 그 차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고성은은 차에서 내려 다시 이 땅을 밟았다.
한때 잠시나마 고성은의 것이었던 이 공간에는 백합 향기가 공기 속에 짙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고성은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다시는 이 공간에 대한 두근거림도, 그리움도 없었다.
정수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성은의 손을 가볍게 도닥였다.
두 사람은 함께 저택 앞에 도착했다.
저택 전체가 불을 밝히고 있었고 그 모습은 밤하늘 속 밝게 빛나는 진주를 방불케 했다.
집사는 고성은을 보자마자 급히 달려 나왔다.
“사모님, 오셨군요. 곧 도련님께 돌아오라고 연락하겠습니다.”
고성은은 냉정하게 입을 열어 질문을 던졌다.
“여기 주영자라는 하녀가 있어요?”
“네, 사모님. 주영자는 3년 전부터 여기 있었습니다.”
집사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바로 뒤로 보냈다.
“어서 주영자를 여기로 데려와.”
고성은과 정수희는 소파에 앉았고 다른 하인이 따뜻한 커피를 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영자가 끌려 나왔다.
주영자는 고성은을 보자마자 겁에 질린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고성은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영자 앞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
주영자는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이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고성은도 주영자를 따라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매서운 칼날 같은 눈빛으로 주영자를 빤히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살기를 풍겼다.
그 무시무시한 기운에 방 안의 공기조차 얼어붙은 듯했다.
“나한테 3년 동안 보양탕을 끓여줬던 게 바로 너지?”
주영자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사모님, 그건 저희 하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정수희는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주영자를 발로 걷어찼고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이 악독한 년, 아직도 발뺌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