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시들시들한 고성은의 얼굴을 보자 박재현은 고성은이 방금 잠에서 깬 건지 의심이 들었다.
고성은은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오히려 혈색이 돌아 보였다.
“고성은, 이 모든 게 다 네 짓이야?”
온몸에 한기를 품고 들이닥친 박재현의 잘생긴 얼굴 위에는 얼음 같은 싸늘함과 감출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
박재현은 바로 입을 열어 고성은에게 따졌다.
고성은은 지친 얼굴로 문틀에 머리를 기대었다.
지금 고성은은 머리가 터질 듯 아팠고 박재현이 던진 영문도 모를 질문에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고성은은 박재현이 따지는 게 어젯밤 은심각을 불태운 일이라고 여겼다.
‘분명 네가 그 정원은 내 거라고 했잖아. 그럼 내가 어떻게 처리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지? 일부러 찾아와서 따질 일인가? 불은 크진 않았지만 꽤 요란하긴 했지.’
고성은은 피곤한 눈으로 박재현의 얼굴을 스치듯 바라보고 힘겹게 입꼬리를 당겼다.
“그래, 내가 했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봤는데 내가 어떻게 발뺌할 수 있겠어?”
고성은의 목소리는 건조했고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담담한 말투였는데 마치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박재현의 가슴이 거세게 요동쳤고 분노가 한순간에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고성은!”
나지막한 소리로 외친 박재현은 관자놀이가 파르르 떨릴 정도로 분노했다.
“넌 정말 그 정도로 날 증오해? 나랑 세린의 모든 걸 다 무너뜨려야 속이 시원했냐고!”
고성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드디어 그 백합 정원이 결국 강세린을 위해 만든 거란 자백이 박재현의 입에서 나왔다.
박재현은 예전에 이 백합 정원을 고성은에게 선물로 바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심으로 역겨웠다.
고성은은 이 남자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박재현의 고함에 고성은은 고막이 터질 정도였고 극심한 두통에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고성은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그 웃음은 차갑고 조롱 섞인 거리감만 남겼다.
“왜? 가슴이 아파? 박재현,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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