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강세린이 너에게 은인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보답하면 될 일이야. 그 여자가 스타 하겠다면 투자해. 돈을 주고 자원도 주면 되잖아. 하지만 명분은 절대 줄 수 없어.”
박세홍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결혼한 첫해에 성은이 널 어떻게 돌봤는지 너 혹시 잊은 건 아니겠지? 그 애가 아니었으면 네 눈이 이렇게 빨리 낫지도 못했을 거야.”
박세홍은 손자가 그 시절의 은혜를 잊지 않길 바랐다.
목숨을 구해준 것과 비교하면 좀 약하긴 했지만 어쨌든 부부로 지낸 정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
박재현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건 파랑국에 있던 박재현의 스승이 찾아준 특효약 덕이었지 고성은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이번 일은 반드시 내 말대로 해야 해. 결혼 발표만이 이 사태를 빠르게 잠재울 수 있어. 강세린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해외로 보내 재정비하게 할 테니까 넌 그만 신경 꺼.”
박세홍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의 타협이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주먹을 꽉 쥔 박재현의 하얗게 질린 손등에 핏대가 섰다.
고성은의 존재를 공개하는 건, 강세린이 불륜녀라는 걸 만천하에 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강세린을 생지옥으로 밀어 넣는 것과 다름없는 일을 박재현이 할 수 없었다.
“꼭 그렇게 해야 해.”
노인의 고함이 사무실을 울렸다.
“박씨 가문이 네 손에 망하게 둘 수는 없어!”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팽팽하던 사무실의 분위기를 조금 풀었다.
문이 열리고 진 비서가 들어섰다.
“대표님, 기자회견 준비가 끝났습니다.”
박재현은 냉랭하게 진 비서를 흘겨보더니 한마디만 남기고 바로 사무실을 떠났다.
“지금 바빠.”
“저 싸가지 없는 놈!”
등 뒤에서 박세홍의 분노가 폭발했다.
...
강씨 가문 저택.
호화로운 거실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소파 쿠션은 찢어져 솜이 날렸고 비싼 휴대폰은 액정이 박살 나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머리를 산발한 채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강세린의 두 눈은 호두처럼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아직 말라붙지 않은 눈물 자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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