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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정수희는 고성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고 윙크를 날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성은아, 이번에 강세린은 완전 끝났어. 하늘이 우리 편이야.” 정수희의 목소리에는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이 묻어났다. “지금 모든 네티즌이 강세린이 유부남을 꼬신 불륜녀라고 난리야. 앞으론 청순한 척도 못 하겠지, 그 가식덩어리.” 고성은은 막 열이 내린 탓에 아직 몸이 허약했고 머릿속도 멍했다. 그래서 멍하니 정수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말이야?” “너 아직 몰랐어?” 정수희는 고개를 숙여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고성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아침에 강세린이 팬 미팅을 열었거든. 근데 거기서 너랑 박재현의 혼인 신고 증명이 대형 스크린에 떡하니 나왔지 뭐야.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강세린이 불륜녀라는 걸 알아버렸어. 이건 완전 빼박 증거잖아. 팬들이 현장에서 바로 등을 돌렸다니까? 그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었어.” 정수희는 기자회견 내용을 온갖 MSG를 치며 재현해 보였다. 고성은은 듣는 내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얘기를 다 들은 고성은은 정수희의 휴대폰을 가져다 웹페이지를 열어봤고 그 화면에는 배성 그룹과 강세린 관련 뉴스가 빽빽하게 도배돼 있었다. [배성 그룹 주가 하한가] [강세린 이미지 붕괴] [세기의 불륜녀] 눈살이 찌푸려지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들이 화면을 뒤덮었다. 그제야 고성은은 무슨 상황인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재현이 오늘 점심에 그토록 화를 냈던 거였고 고성은에게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고 추궁했던 거였다. 하지만 고성은은 그때 백합 정원 화재 얘기인 줄 알고 잘못 인정해 버렸다. 고성은은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제는 한강에 빠져도 결백을 입증할 수 없게 되었다. 고성은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는 정수희를 바라봤다. “혼인 신고 증명을 노출한 범인은 너야?” 고성은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쉰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 질문에 정수희는 곧장 펄쩍 뛰었다. 정수희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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