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승하 부동산 대표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사무실을 짓누르고 있었다.
몇몇 핵심 임원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나마 간이 큰 이들만이 슬쩍 기태풍의 어두운 얼굴을 힐끔 보고는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였다.
넓은 사무실에 울리는 건 공문을 낭독하는 비서의 목소리뿐이었다.
“현재 상황은 이렇습니다. 서원 그룹에서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저희와의 전면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이사가 말을 이어갔다.
“그쪽 태도가 매우 단호해서 되돌릴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저희가 진행 중인 몇몇 핵심 프로젝트의 자금 흐름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 이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거래하던 몇몇 은행에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략 조정이라고?”
기태풍은 비웃듯 낮게 웃고는 눈을 감았다가 뜨며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서원 내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조사해. 그리고 이번 결정을 누가 주도했는지 밝혀내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에 미칠 영향도 재빨리 평가해. 핵심 프로젝트는 반드시 지키고 비핵심 사업은 일단 보류해.”
“그리고 흥원 펀드 이 대표한테 연락해서 오늘 저녁 나랑 육 대표랑 같이 식사 자리를 잡아.”
비서가 조심스레 상기시켰다.
“잊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육 대표님은 아프리카에 가셨습니다.”
기태풍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육기석, 이 자식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지원단을 따라서 아프리카까지 간 거야? 이 개판인 상황을 나 혼자 떠안게 하고 말이야.’
갑자기 스친 생각에 기태풍은 미간이 더 깊어졌다.
‘설마 육기석이 서원에서 누군가를 건드린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렇게 딱 맞춰서 일이 터지냐고.’
기태풍은 손으로 책상 위를 한 번 툭 두드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내 공지를 하나 더 올려. 육기석의 영업 총책 직위를 해제한다고.”
그 시각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미녀를 끌어안고 있던 육기석은 갑자기 재채기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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