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김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가정부 따위가 주인을 넘봐? 당장 가정부를 지하로 데려가 단단히 혼내줘!”
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내 사람을 벌하는 것이었는데 나를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했다.
“거짓말이야. 아줌마는 만지지 않았어...”
내가 급히 말했지만 최유나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아줌마가 나 같은 양녀는 김씨 가문 사모님에게 차나 따라야 한다며 나를 밀었어...도현 오빠, 이 공기총은 내가 며칠 밤을 새워 만든 거잖아...”
김도현의 얼굴은 차갑게 식었다.
“그래? 양녀라고 해서 가정부에게 무시당해도 되는 건가? 오늘부터 최유나는 김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다. 누가 감히 유나를 신분으로 짓밟는지 지켜볼 거야!”
말을 마치고 난 그는 잉어 연못을 가리키며 장옥자에게 쏘아붙였다.
“당장 내려가서 둘째 아가씨의 공기총을 건져내. 못 건져오면 올라오지 마!”
나는 사모예드 강아지를 꽉 껴안고 장옥자를 위해 변호하려 했지만 장옥자는 이를 악물고 연못에 뛰어들었다.
늦가을의 연못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녀가 공기총을 건져 올렸을 때 입술은 이미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가 집사에게 끌려가 벌을 받을 상황에 이르자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달려가 김도현을 말리려 했다.
최유나는 도발적으로 내 품의 강아지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었다.
“이 강아지 정말 귀엽네. 내가 가질래.”
김도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가져.”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는 거절할 수 없는 강경한 태도로 거칠게 말했다.
“서연아, 그 개를 유나에게 줘. 그러면 장옥자의 벌을 면제해주지.”
결혼 5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이런 태도로 나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이 고아 소녀 때문에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이는 건가?’
“김도현, 다시 말하지만 아줌마는 유나를 건드린 적 없어. 그렇게 나를 못 믿어?”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최유나는 나를 속이지 않아. 고작 개 한 마리일 뿐이야. 먼저 유나에게 줘. 며칠 뒤에 순종으로 한 마리를 구해서 네게 보내줄게.”
하지만 이것은 아빠와 오빠가 특별히 나를 위해 찾아준 것인데 왜 그녀에게 줘야 한단 말인가?
최유나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하자 나는 체면이고 뭐고 가릴 수 없어 손을 들어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손목을 심하게 긁었다.
나는 타는 듯한 고통에 순간적으로 눈이 빨개졌다.
내가 강하게 뿌리치자 최유나는 비명을 지르며 옆의 낮은 수풀 쪽으로 넘어졌다.
김도현은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눈빛에 가득했던 냉기가 내 손목의 핏자국을 보는 순간 조금 옅어졌다.
“고작 애완동물 가지고 이럴 필요까지 있어? 내 말 들어. 개를 나에게 줘. 손부터 치료해야지...”
‘아니, 이것은 평범한 애완동물이 아니야! 이것은 가족이 나에게 준 그리움이야! 네가 이미 줄 수 없게 되어버린 그 소중함이라고!’
나는 강아지를 꽉 끌어안았다.
목구멍으로 비릿한 단맛이 치밀어 오르며 시야가 흐려졌다.
완전히 의식을 잃기 직전, 나는 김도현의 표정이 급변하며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듯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장옥자가 눈가를 붉히며 내 손을 닦고 있었다.
집안의 의사가 침대 곁에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모님의 심장 상태가 지난번 검사 때보다 훨씬 악화하였습니다. 앞으로... 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제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죠?”
“길게 잡아도 반년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면... 한두 달밖에 없을 수도 있어요.”
나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장옥자의 말로는, 방금 김도현이 허둥지둥 나를 안고 의사를 찾아갔었는데 붕대를 감는 도중에 배가 아프다고 부른 최유나 때문에 가버렸다고 했다.
나는 손목의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울음을 억지로 삼키고 의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제 병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주세요, 제발요.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보이고 싶지 않아요. 더더욱... 동정받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