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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예전에 비밀로 하기를 바랐던 것은 그가 너무 괴로워할까 봐서였다. 이제 그의 마음은 이미 나에게서 떠났으니 나는 그의 동정 따위가 더는 필요 없었다. 나는 장옥자가 건네는 작은 강아지를 받았다. 강아지는 내 감정을 감지한 듯 혀로 내 손바닥을 부드럽게 핥았다. 따뜻한 감촉에 나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나는 한씨 가문의 딸로서, 떠나더라도 당당하게 떠날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너무 볼품없다. 12월 중순, 나는 아빠로부터 해외에서 보낸 이메일을 받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2주 뒤면 그들이 나를 데리러 귀국할 것이다. 나는 바닷가에서 뜨는 해가 너무 그리웠고, 제트 스키를 타고 파도 위를 질주하던 날들이 그리웠다. 창고에서 오빠가 선물한 서핑보드를 꺼내고, 어머니가 남긴 자외선 차단 옷을 갈아입었다. 장옥자는 나를 보며 웃었다. “사모님, 이 옷차림은 꼭 해변에서 막 돌아온 사람 같아요. 빌라에 갇혀 있는 사람 같지 않아요.” 나는 일부러 서핑보드를 들어 그녀를 칠 듯이 겨누었다. “나를 놀리다니요? 아줌마도 끌고 가서 서핑을 가르쳐 줘야겠어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속에 갑자기 마당 밖에서 개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 미친개가 유나 아가씨를 덮치다니! 죽여버려!” 사모예드 강아지의 처절한 낑낑거림에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뛰쳐나갔을 때, 두 명의 경호원이 개 줄을 잡은 채 강아지를 땅에 눌러놓고 몽둥이로 때리고 있었다. “그만해!” 나는 눈이 뒤집혀 옆에 있던 원예 가위를 들어 그들을 겨누었다. 최유나는 배를 불룩하게 내밀고 다가오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이라면 손에 넣지 못할 것이 없어. 남자든, 이 짐승이든 말이야. 한서연, 나랑 다시 내기할래?” 나는 원예 가위를 꽉 쥐고, 날카로운 날을 그녀를 향해 겨눴다. “김도현을 너에게 넘겨준다고 해도 이 개는 안 돼. 너랑 내기할 생각 없으니 당장 풀어줘!” 말이 끝나자마자 김도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뭐라고?” 그는 눈가에 붉은 기를 띠고 내가 강도현을 넘겨준다고 한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최유나는 갑자기 발밑이 흔들리는 척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피할 새도 없이 원예 가위 끝이 그녀의 팔을 베었다. “언니의 개가 내 배를 덮쳤어. 그저 혼내려고 했을 뿐인데 언니가 나를 가위로 찌르다니! 도현 오빠, 배가 너무 아파...” 김도현은 황급히 그녀를 안아 올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한서연, 동물이 잘못하면 혼나야지. 너무 제멋대로 굴어! 당장 이 미친개를 처리해!” 나는 가위를 던진 후 처음으로 체면을 버리고 그의 양복 자락을 잡았다. “안 돼! 도현 씨, 강아지는 아빠와 오빠가 특별히 나를 위해 찾아준 거야. 죽이지 마. 제발...” 눈물이 콧물과 뒤섞여 흘러내렸다. 나는 바보처럼 울었다. 김도현은 내가 개 한 마리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망설이며 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최유나는 갑자기 그의 품에서 뛰쳐나와 털썩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언니, 언니가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언니의 자리를 빼앗을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제발 니와 아이에게 더는 상처 주지 말아 줘. 응?” 그녀의 이마가 판석에 부딪히며 피가 배어 나왔다. 그때야 김도현은 그녀 팔에 난 상처를 알아차렸다. “한서연, 이 아이를 이렇게까지 용납할 수 없어?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태어나면 네가 키우면 된다고...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그의 눈빛에 담긴 고통과 실망은 바늘처럼 내 심장을 꿰뚫었다.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최유나를 안고 급히 떠났다. “내 허락 없이는 한서연이 본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해!” 나는 급한 마음에 쫓아가려 했지만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사모예드는 결국 죽었고, 그들은 개를 쓰레기장에 버렸다. ‘외출 금지’를 무시하고, 나는 골프채를 들고 최유나의 방으로 들어가 따지려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김도현이 그녀의 배에 귀를 대고 내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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