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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하예원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때, 낮고 묵직한 최도경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너 원래 이렇게 생각했던 거 아니야?” 하예원은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그런 생각 안 했어.” 그 순간, 턱이 거칠게 붙잡혔다. 최도경이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는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 낮게 말했다. “내가 민지영한테 사과하라고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일부러 네가 곤란하게 만들고, 그 여자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괴롭힌다고... 방금까지 그렇게 생각했지?” 하예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그의 손이 턱을 단단히 잡고 있어 도망칠 수 없었다. “나...” 입술이 떨렸지만,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맞았다. 그는 지금 그녀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최도경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깊은 눈빛 속엔 짙은 농도와 제압적인 기운이 서려 있었고, 그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지자 공기마저 뜨겁게 요동쳤다. “하예원, 넌 나를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으로 본다면 그럼 내가 어떻게 벌을 줘야 할까?”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 향이 퍼질수록 하예원의 심장은 제멋대로 뛰었다. 그는 너무 가까웠고,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남자의 얼굴이 점점 더 다가왔다. 그의 온기와 향이 뒤섞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의 눈빛과 마주친 순간, 몸이 굳어버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닿기 직전... “웅... 웅...”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순식간에 뜨겁던 공간이 식어버렸다. 그녀의 전화였다. 하예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급히 최도경을 밀어내고 전화를 들었다. 손이 떨려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예원아, 왜 아직 안 돌아온 거야?” 유시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제야 하예원은 약속을 떠올렸다. “괜찮아. 아는 사람 만나서 잠깐 얘기했어... 먼저 주문해. 금방 갈게.” 전화를 끊자마자, 머리 위에서 낮고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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