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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욕실 문이 열리자 하얀 가운을 걸친 최도경이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나왔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침실은 따뜻했지만, 조용했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안았다. 최도경의 몸이 굳었고 손끝에 걸린 수건이 그대로 공중에서 멈추었다. 그때 낮고 묵직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예원,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예원의 숨이 미세하게 떨렸다. 기억을 잃은 뒤 처음으로 용기를 낸 순간이었다. 아니, 지금까지 중 가장 대담한 행동이었다. 그동안 최도경이 자신을 멀리하고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돌린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가 그를 가까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로 그를 나쁜 남자라 탓할 순 없었다. 결혼한 남자가 아내와 늘 거리를 두면, 누구라도 버티기 힘들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이 관계를 다시 시작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예원은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떠올리기도 했다. 노서연의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남자든 여자든, 마음이 아무리 맞아도 육체적 친밀감이 없는 결혼은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혼이란 결국 함께 살아가는 일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혼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엔 이미 한 번의 밤이 있었다. 더 미루는 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민지영의 존재가 하예원의 마음속에 불안을 남겼다. 그녀는 관계가 무너진 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하예원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최도경, 나... 준비됐어.” 하지만 그는 그대로였다.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하예원의 가슴이 점점 더 불안하게 뛰었다. 그녀가 한 발 다가서려던 순간,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준비된 거야?” 하예원의 손가락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입술을 깨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준비됐어.” 그 말이 끝나자 몸이 허공에 들렸다. 순간 놀라움이 스쳤지만, 곧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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