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이불 속에 감춰둔 하예원의 손끝이 더 세게 움츠러들었다. 몸이 돌처럼 굳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순간, 갑자기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최도경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하예원의 가슴속에 설명할 수 없는 당혹감이 스며들었다.
“최도경...”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
“하기 싫으면 억지로 할 필요 없어.”
“그... 그런 게 아니라....”
하예원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가 기억을 많이 잃어서 그래. 갑자기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어색했어.”
그들은 이미 부부였다. 이제 와서 피하거나 망설이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의 막연한 거부감도 결국엔 사라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최도경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워,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연못 같았다.
“난 억지로 여자를 대하고 싶진 않아.”
“억지가 아니야. 정말 내가 원해서 그래.”
“입으로는 그렇다면서, 마음은 아니잖아. 그건 강요나 다를 게 없어.”
목소리는 낮았지만 차가운 울림이 있었다.
하예원은 순간 숨이 막혔다.
남편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조차 오해받는 현실이 서러워,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마지막 용기를 내서 말했다.
“나도 싫은 게 아니야. 그냥... 마음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기억이 없으니까 모든 게 낯설고 두렵거든. 아마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 말은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변명 같았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최도경이 잠시 시선을 떨구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두려워서 그렇다고?”
그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럼 예전엔 어땠어? 날 유혹할 땐 그런 두려움은 없었잖아.”
하예원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가 과거를 꺼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시절은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의 그녀는 그 기억조차 없었다. 그래서 반박조차 할 수 없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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