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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최도경은 말없이 하예원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깊었다. 그런 시선이 오히려 하예원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설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사고 나기 전의 내가 그렇게 싫었어?” 최도경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그래.” 그녀는 남자의 냉정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지금은 기억을 잃었지만, 그게 영원하진 않잖아. 만약 나중에... 모든 걸 다 기억하게 되면, 그땐 어떻게 할 거야?” 최도경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이내 돌아서서 욕실로 향했다. 하예원은 침대에 앉은 채 멍하니 있었다. 그가 평소처럼 냉정하게 선을 그은 게 아니라, 희미하게나마 여지를 남겼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하예원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처음엔 그와의 결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그때처럼 간절하지 않았다. 이 결혼이 단순히 이익 때문이든, 아니면 그 사람 때문이든, 이제는 견딜 만했다. 아마 지금의 그는 예전보다 훨씬 다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그를 떠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보다 더 두렵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무엇으로 따져보아도, 이 결혼을 계속 이어가는 게 손해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예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최도경이 고개를 들었다. “왜 왔어?” 짧고 낮은 목소리에 묘한 경계가 섞여 있었다. 하예원은 그가 또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굳이 해명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받으며 드라이기를 들었다. “머리 말려줄게.” 그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네가 내 머리를 말린다고?” 하예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있어?” 그의 목소리에 의심이 섞였다. 하예원이 이렇게 먼저 다정하게 나설 때면, 대부분은 뭔가 부탁이 있거나 계산이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까 그랬잖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그래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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