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처음엔 정말 그랬다.
늦게까지 버티느라 몸이 녹초가 된 하예원은, 남자의 따뜻한 품에 기대어 들려오는 묵직한 심장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최도경은 이미 없었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일어난 참이었다.
“부르릉.”
침대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하예원이 폰을 들어 확인하자 문자 한 통이 떠 있었다.
보낸 사람은 최도경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문장은 짧고 담백했다.
“일어났어?”
그녀는 손끝으로 짧게 답장을 보냈다.
“응, 일어났어.”
잠시 후, 답이 도착했다.
“아침에 당신이 깊이 자서 깨우지 않았어. 아침식사는 도우미가 준비해뒀고, 도시락통에 넣어뒀어.”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온기가 묻어 있었다. 하예원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아침 먹었어?”
“먹었어.”
“그래. 위가 안 좋으니까 아침은 꼭 챙겨 먹어.”
“알겠어.”
하예원은 마지막 문자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그런 방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걸 하예원은 알고 있었다.
씻고 간단히 아침을 마친 뒤, 하예원은 작업실로 향했다.
노서연이 새로 들어온 이력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작업실의 이름이 알려질수록 의뢰가 늘었고, 이제 두 사람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예원 언니, 오셨어요.”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노서연 덕분에, 하예원은 피곤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은 늘 공간을 따뜻하게 채웠다.
“이력서는 어때?”
“괜찮은 사람도 있긴 한데, 다들 개성이 없어요. 디자인이 비슷하고, 어떤 건 거의 베낀 수준이에요.”
“급할 건 없어. 우리 둘이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
노서연이 그녀를 흘끗 보더니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언니, 혹시 최 대표님... 화해하신 거 아니에요?”
하예원이 눈을 깜빡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
“오늘 언니 얼굴이 달라요. 표정도 부드럽고,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