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이미지는 흉내로 만들 수 있어도, 기질만큼은 흉내 낼 수 없다.
하예원은 어려서부터 상류층에서 자란 여자였다.
설령 기억을 잃었다 해도, 그 진짜와 가짜는 한눈에 구분됐다.
그녀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마 그 셔츠를 자주 입었나 봐. 오래 입으면 단추가 헐거워지잖아.”
노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단추를 꿰맨 하예원은 셔츠를 가지런히 다려 옷걸이에 걸었다.
다음 주말, 그 강 선생이라는 남자에게 직접 건네줄 생각이었다.
...
밤이 깊을 무렵, 집에 들어선 하예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는 최도경이었다.
“오늘 밤은 일이 좀 있어서 저녁 함께 못 먹어. 당신 먼저 저녁 먹어.”
하예원이 수화기를 귀에 댔다.
“응, 알겠어.”
“그럼 끊을게.”
그가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하예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오늘 밤엔... 돌아올 거야?”
짧은 정적이 흘렀다가,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갈 거야.”
“응, 그럼 일 봐.”
전화를 끊은 뒤, 하예원은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돌아와 서재로 들어가 디자인 작업을 이어갔다.
열 시가 조금 넘어 컴퓨터를 끄고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열 시 반이 넘었다.
창밖에는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고, 최도경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하예원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엔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문자도, 알림도, 통화 기록도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늦는데 연락 한 번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망설여졌다.
‘뚜... 뚜... 뚜...’
전화 신호음이 조용한 방 안을 메웠다.
오랫동안 아무 응답도 없었다.
고개를 숙인 하예원의 머리카락이 어깨 앞으로 흘러내렸다.
긴 머리 뒤로 가려진 얼굴은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전화는 자동으로 끊겼다.
그녀는 다시 걸지 않았다.
몇 분 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피곤이 묻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일하느라 못 들었어.”
“괜찮아. 그냥 언제쯤 돌아오나 궁금해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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