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심민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예원 씨, 손이 다치셨으니 개가 물었든 사람이 물었든 일단 치료는 필요해요. 제가 병원으로 모신 걸 증거를 없애려는 의도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도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역시 업계 최고의 변호사답게 심민재의 말은 빈틈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하예원은 여유가 넘치는 심민재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럼 심민재 씨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맞다고 보나요?”
심민재는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하예원 씨, 심가영의 반려견도 이미 혼이 났으니 양쪽이 다 상처를 입은 셈이죠. 그러니 여기서 서로 한 발씩 물러나고 그냥 없던 일로 하는 건 어떨까요?”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속에는 명확한 선 긋기와 강압이 숨어 있었다.
하예원의 손이 다친 부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일이 커지는 걸 막고 싶다는 속내가 다 드러나 있었다.
하예원은 자기가 최도경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 사람들이 벌써 자기 머리를 누르고 심가영에게 무릎 꿇고 사과를 강요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예원이 입을 떼기도 전에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불쑥 터졌다.
“제 아내가 다쳤고 당신들 강아지도 다쳤으니 이대로 넘어가자고요? 심민재 씨, 지금 당신들 개랑 제 아내를 동급으로 본다는 뜻인가요?”
그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몰렸다.
검정 수제 정장을 입은 멋진 남자가 언제 왔는지 문가에 서 있었다.
그윽하고 차가운 눈동자로 세 사람을 주시하고 있는 남자는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남자가 나타나는 순간, 병실의 공기마저 서늘하게 식어갔다.
남자는 바로 최도경이었다.
심민재는 최도경을 보자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침착한 표정을 되찾았다.
“최도경 씨.”
최도경은 천천히 걸어와 하예원 곁에 섰고 하예원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아파?”
하예원은 순간 멍해졌지만 곧바로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 괜찮아.”
그제야 최도경은 고개를 들어 심민재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심민재 씨,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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