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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두 사람이 다시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구도운은 눈을 뜨자마자 울어서 팅팅 부은 강승아의 두 눈과 마주쳤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강승아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글썽였다. “도운아, 그 사과문 다 뭐야? 나만 사랑한다며? 평생 나만 바라보겠다고 했잖아.” 구도운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차갑게 웃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네가 연기해낸 ‘강승아’였잖아. 안 그래?” “그럼 또 뭐?” 강승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너만 좋다면 평생 그 모습으로 살게. 내가 진짜 잘못했어, 도운아. 앞으로 더는 그런 짓 안 해. 이게 다 걔네가 먼저 날 괴롭혀서야. 정말이라니까. 다 걔네 잘못이야. 난...” “닥쳐!” 구도운은 그녀를 거칠게 밀쳐냈다. “아직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네 이거. 넌 아무 잘못 없다는 거야?”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강승아를 쳐다봤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어릴 때부터 쭉 이랬던 건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기만 해왔던 거야? 나 이제 네 얼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 강승아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을 해? 나 임신했어. 네 아이야. 그래서 보석으로 풀려난 거라고...” “뭐라고?” 구도운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우리가 언제...” 별안간 한 달 전에 그녀를 보러 날아갔던 그날이 떠올랐다. 술을 많이 마셨고 깨어나 보니 둘은 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강승아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부끄러워했을 뿐이다. “기억났구나?” 강승아는 그의 팔을 잡으며 기대에 찬 눈으로 말했다. “도운아, 이건 구씨 가문의 아이야. 너 무조건 나 책임져야 해!” 하지만 구도운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뿌리쳤다. “근본도 없는 애를 임신하고 나한테 무슨 행패야?” 곧이어 그는 서류 뭉치를 꺼내 강승아의 얼굴에 내던졌다. 사진 속 그녀는 온갖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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