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마음이 혹하다
문지원의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었다. 마치 벼랑 끝에 서서 여진우에게 떠밀려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휴대폰 너머로 심무영도 여진우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여 대표님께서 지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함부로 대하는 장난감이든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든 제발 놓아주라고 부탁드리고 싶네요. 이제 지원은 제 약혼녀이자 미래의 아내, 그리고 평생 함께할 동반자니까요.”
심무영은 절절한 말투로 감성을 호소하며 여진우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한 귀로 흘려보낸 채 그윽한 눈빛으로 문지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머리 위를 비추는 조명 때문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부각되었고, 커다란 몸집이 빛을 가려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자기를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억지로 곁에 묶어두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죠?”
심무영이 언성을 높이자 문지원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저씨...”
“나랑 있기 싫다는데?”
여진우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빤히 쳐다보았다.
“사실이야?”
문지원은 차마 눈을 마주칠 엄두를 못 하고 시선을 떨궜다.
“무영 씨랑 무관한 일이에요. 제가 먼저 전화했으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
“대답해.”
여진우가 재차 물었다.
당최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라 침묵을 택했다.
“대답하기 싫어? 그럼, 방금 심무영이 도망가자고 했을 때 마음이 혹했는지 얘기해 봐.”
“사실대로 말해요?”
여진우는 눈썹을 까닥했다.
문지원이 심호흡하더니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네. 조금 흔들렸어요.”
그와 함께 도망가고 싶은 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자는 말에 더 혹했다.
이는 꿈에서도 간절히 바라던 일이니까.
술에 취해 폭력을 일삼고 도박까지 손댄 아버지, 3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어머니,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받았던 차가운 시선들.
그리고 또래들이 학업에 매진할 때, 18살인 그녀는 몸을 팔면서까지 여진우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아무리 도망치려고 노력해도 결국에는 붙잡혀 다시 부끄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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