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소개팅은 오해

이원석의 차에 탄 후로도 문지원은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 그저 각자 친구 따라 소개팅 자리에 나와주었던 것뿐이라 인사말 외에 제대로 나눈 말도 없었다. 문지원도 수다스러운 편이 아니었고 이원석은 더더욱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서로 말없이 앞만 보고 도로를 달리다 보니 차 안은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 답답한 침묵에 공기조차 무거워지는 듯했다. 도착지가 가까워지자 문지원은 긴장이 풀리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이원석은 여전히 문지원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짧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여기 세워주시면 돼요.” “여기요?” “네, 길가에 세워주시면 돼요.” 사실 진짜 목적지는 여진우의 별장이었지만, 거기까지 같이 가는 건 무리였다. 이 낯선 남자와 더 오래 차에 있고 싶지 않았다. 차가 멈추자 문지원은 빠르게 문을 열고 내렸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손만 살짝 흔든 뒤, 차가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차가 출발도 하기 전에 한 대의 검은색 세단이 앞을 막아섰다. 문지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아저씨가 퇴근하고 오는 길에 마주친 건가?’ 이원석도 앞을 가로막은 차량을 인지했지만, 바로 내리지는 않고 차 밖에서 멍하니 서 있는 문지원을 바라봤다. 표정 하나로 지금 상황을 대충 파악한 듯했다. 문지원은 서둘러 검은색 세단 쪽으로 뛰어갔다. “아저씨...”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어두운 조명 아래 여진우의 날카롭고 냉담한 얼굴이 드러났다. “소개팅 꽤 잘 됐나 보네? 이렇게 바래다주는 걸 보면?”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묘하게 씁쓸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소개팅하러 간 게 아니고요. 친구가 소개팅 잡혔다고 해서 분위기 좀 풀어주려고 따라간 거예요!” 문지원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친구? 남자 친구?” 여진우의 시선은 이원석이 타고 있는 차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