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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죽음을 앞둔 문영호

심창호도 설마 자기 귀한 손주가 여자 하나 때문에 이 지경까지 될 줄은 몰랐다. ‘진작 알았더라면... 그때 그냥 둘이 바로 결혼하게 할 걸. 괜히 일을 이 지경까지 끌었지.’ “지금은 어때요?” “막 깨어났는데... 무영이가 말을 안 들어. 의사 말도 안 듣고 협조도 안 하고 있어.” 심창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이 나한테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야. 세명 그룹의 이익 때문에 예비 손주며느리까지 희생시켰다고 생각하는 거야.” “...” “게다가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 입 다물고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입을 열고 너를 돌려내라고 소리쳐. 난리가 났어...” 문지원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무영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단한 눈빛을 한 고집스러운 얼굴... 무영 씨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다정해 보여도 알고 보면 은근히 한 성깔이었지.’ 과거 세명 그룹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자리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 그녀의 경력과 능력을 문제 삼던 시절에도 심무영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 편을 들어줬었다. 아버지 친구들이며 주주들까지 등을 돌릴 각오로 끝까지 문지원을 그 자리에 세웠던 사람이었다. “할아버지, 무영 씨가 입원한 병원이랑 병실 번호 좀 알려주세요. 오늘 퇴근하고 시간 괜찮으면 들러볼게요.” “그래! 네가 그렇게 해주면 무영이가 얼마나 좋아하겠니!” 심창호는 벌떡 일어날 듯 반색하며 말했다. 하지만 문지원은 곧바로 못을 박았다. “아직은 무영 씨한테는 말씀하지 마세요.”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덧붙였다. “제가 오늘 꼭 갈 수 있을지는 몰라요. 괜히 기대하게 했다가 실망하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렇지...” “최대한 가볼게요.” 전화를 끊은 뒤, 문지원은 안진아의 휴대폰에서 통화 기록을 삭제했다. 감정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이번에는 얼굴을 보러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 인사까지 마친 사이였었으니까.’ 두 사람의 결혼은 여진우가 끼어들면서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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