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그 눈빛은 사랑이 아니었어

손을 잡는다는 건 참 미묘한 행동이었다. 사실 문지원이 정말 여진우의 조카라면 삼촌이 조카의 손을 잡는 게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안세영은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둘은 실제 삼촌과 조카가 아니라, 여진우가 문지원을 데려와 키운 사이인 데다 나이 차이도 열 살이 채 되지 않았다. 문지원이 왜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는지,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관계는 혈연과는 확실히 달랐다. 안성일은 안세영의 표정이 아까처럼 확신에 차 있지 않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그는 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전화를 끊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이진석도 결국 안씨 가문 뒤치다꺼리나 하는 사람이잖아. 괜히 남한테 약점 잡힐 일은 만들지 마라.’ “세영아, 여진우는 너한테 마음 없어.” “하지만...” 안세영의 머릿속에는 국내에서 봤던 문지원과 여진우 사이의 시선, 그리고 둘 사이에 흐르던 묘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솔직히 아직도 그게 믿기지 않았다. “너는 좀 더 크게 생각해야 해! 안씨 가문이 여원 그룹의 후원을 잃으면 네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 그 모든 걸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 안성일은 남아선호 사상과는 거리가 먼 아버지였다. 아들에게도 이만큼 애정을 쏟은 적이 없었다. 딸이 태어날 때 큰 사고를 겪은 뒤, 가족 모두가 그녀를 보물처럼 아끼며 키웠다. 만약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니었다면, 안성일 역시 딸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행복해지길 바랐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아빠,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분명히 오해하고 계신 거예요. 지원이는 진우 오빠랑 그런 사이일 리 없어요! 제가 직접 지원이한테도 물어봤어요. 남자친구 있다고 했고 솔직히 제가 봐도 문지원은 진우 오빠 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요. 진우 오빠를 볼 때도, 그 눈빛에 사랑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안세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