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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뒤에서 경적을 미친 듯이 울려대는데도 배유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뒤차 차주가 차에서 내려 앞쪽으로 걸어왔다. “이봐요. 안 갈 거예요? 당신 때문에 다들 못 가고 있잖아.” 배유현은 그제야 시동을 걸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바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전화는 이미 끊긴 지 오래였다. 배유현은 숨이 가빠와 시트에 기댄 후 담배 한 개비를 태웠다. 지독한 연기가 목구멍을 통해 퍼져가니 그제야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친구가 알아봐 준 두 명의 여자 모두 성다희가 아니었으면 참 좋겠지만 굳이 하나를 꼭 골라야 한다면 차라리 첫 번째가 나았다. 그의 직감도 첫 번째가 맞을 거라고 외치고 있다. 아이가 생긴 건 아마 그가 유학 가기 전 호텔에서 성다희와 마지막으로 보냈던 그 밤일 것이다. 배유현은 운전대를 꽉 잡은 후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저리다 못해 이제는 아프기까지 했다. ... 라멜 디자인 스튜디오. 윤채원은 퇴근 준비를 마친 후 서유림과 하연지를 불렀다. “오늘 내가 저녁 살게요. 같이 나가요.” “갑자기 무슨 일이지? 혹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서유림의 말에 윤채원은 그저 옅게 웃기만 했다. “혹시 우리 팀 이번에도 보너스 받는 거예요?” 하연지가 잔뜩 들뜬 얼굴로 윤채원을 바라보았다. 서유림은 윤채원이 심장 질환 때문에 고생하는 딸을 위해 열심히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밥을 사는 게 조금 망설여졌지만 윤채원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말하길래 상황이 조금 나아졌나 싶어 그녀 역시 기분 좋게 웃었다. 세 사람은 샤부샤부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렇게 메뉴를 정한 후 이만 나가보려는데 갑자기 꽃 배달하는 청년이 찾아와 도시연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하연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른 서유림을 보며 물었다. “도 팀장님 남자 친구가 보낸 거예요?” 서유림은 고개를 살짝 돌린 후 하연지와 윤채원만 들릴 수 있게 답했다. “아마도요. 듣기로 남자 쪽 집안이 어마어마하대요. 소개팅도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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