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화
그 시절, 윤채원은 마른 체격에 친구도 많았다.
외할아버지는 전동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그녀를 마중 나오곤 했고 외삼촌과 외숙모도 지금처럼 냉정하기만 하지 않았다.
그 시절 외숙모는 그녀에게 예쁜 원피스를 사주기도 했고 외삼촌은 그녀가 학교에서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줬었다.
“그럼 진도준은 어쩌고? 부부가 떨어져 지내면 안 되지.”
송설화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다희야, 할머니한테 솔직하게 말해보렴. 너 진도준이랑 싸우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송설화의 걱정 어린 시선을 마주하자 윤채원은 그녀와 진도준의 결혼은 단지 계약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도준 씨는 해외에 발령 났어요. 해외 근무가 경력 관리에 더 좋대요.”
“그럼 네 시어머니는...”
“어느 며느리가 시어머니랑 매일 붙어살고 싶겠어요.”
윤채원은 억지로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시어머니도 제 사정을 이해해 주셔서 가라고 하셨어요.”
송설화는 잠시 침묵하더니 여전히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윤채원은 그녀의 팔짱을 부드럽게 끼며 말을 돌렸다.
“할머니, 저 너무 배고파요. 오는 길에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점심밥은 해놓으셨어요?”
“이 녀석, 여전히 먹는 것밖에 모르는구나.”
송설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채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굽은 등, 한껏 작아진 키, 반백이 된 머리카락에 걸음걸이는 느리고 불안정했고 두꺼운 옷을 껴입고는 있었지만 그 안에 입은 옷감들은 하나같이 낡고 허름했다.
윤채원이 사다 준 옷들은 아껴 입으려는 마음에 여전히 옷장에 정성스레 접혀 있었다.
잠시 후, 송설화는 따뜻하게 덥힌 우유 한 팩과 갈비볶음, 계란찜을 상위에 올려놓았다.
윤채원은 우유 팩의 유통기한을 슬쩍 확인하더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미 두 달이나 지난 것이었다.
명절 때마다 찾아오는 이웃들이 가져다준 선물들을, 그녀는 귀한 것이라며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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