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화
“아린아, 다리 괜찮아? 골절된 곳은 아직도 아파?”
배유현은 윤아린을 반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다. 그는 꼬마 여자아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과도한 감정이 아이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워했다.
“안 아파요.”
윤아린은 그의 주위로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아저씨,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윤아린은 조금 자란 것 같았다.
배유현은 몸을 굽혀 여자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아린아, 아저씨 보고 싶었어?”
“네, 보고 싶었어요.”
“아저씨한테 전화해도 돼.”
배유현은 여자아이 손목에 채워진 전화 시계를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새해 선물로 준 시계가 아니었다.
윤아린은 혀를 날름 내밀며 말했다.
“새 시계에 아저씨 번호 저장하는 걸 깜빡했어요.”
배유현은 시계를 받아 자기 번호를 입력했다.
윤아린은 시계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이미 외웠어요.”
“정말이야?”
배유현은 윤아린의 뺨을 어루만지며 손가락으로 살짝 문지르다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아저씨 번호 한번 외워 봐.”
윤아린은 번호를 또렷하게 외웠고 배유현의 얼굴에 미소가 짙게 번졌다.
그는 윤아린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끝을 멈추지 못한 채, 미세하게 떨었다.
그때 진도준이 걸어 나왔다.
“아린아, 우리 돌아가자. 작은할아버지가 여기로 오실 거야.”
그는 윤아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가자.”
윤아린은 배유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배유현은 천천히 일어섰다.
눈빛은 차갑게 식었고 억눌린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도준 씨, 우리 얘기 좀 할까요?”
...
시립병원 맞은편에는 민사조정실이 있었다.
원래는 의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었다.
하지만 두 남자가 마주 앉은 이 공간에 묘한 화약 냄새가 감돌았다.
그 냄새의 근원은 배유현이었다.
진도준은 상대가 내민 계약서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연봉 6억에 비체 베이 아파트 한 채, 거기에 연구부 본부장 자리까지. 너무 과분하네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