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화
“제 딸은 소영이 하나뿐이에요.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든, 설령 윤채원 씨의 돈을 훔쳤다고 해도 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해결할 거예요.”
차아영은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얼굴에 걸쳤다. 짙은 렌즈 너머의 시선은 냉혹하고 위압적이었다. 분노를 억누르며 떨고 있는 윤채원의 얼굴을 그녀는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제가 윤채원 씨라면 이 10억 받고 떠날 거예요. 어차피 윤채원 씨는 평생 이만큼의 돈을 벌 수 없을 테니까요. 앞으로 윤채원 씨와 송설화 씨에 대한 일은 일절 듣고 싶지 않아요. 살든 죽든,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외할머니께서는 늘 딸을 그리워하셨어요.”
윤채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저도 이제 제 친모에 대해 알고 싶지 않으니까요. 제 친모가 누군지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덧붙였다.
“역겹긴 마찬가지예요.”
그 말이 차아영의 신경을 정통으로 건드렸다. 순간, 날카롭게 치솟은 그녀의 목소리 속에서 우아했던 기품은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
“너희 가족들은 전부 흡혈귀야! 너희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 너만 낳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가질 수 있었어! 그때 너를 낳을 때 그냥 죽여버려야 했는데... 지금도 그게 후회돼!”
화려한 화장 아래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눈가에는 분노와 광기가 서려 있었다. 숨결은 거칠고 손끝이 떨렸다.
윤채원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앞의 여자가 방미영의 잔영과 겹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여전히 낯설고 고고하며 8년 전처럼 위압적인 여자였다.
윤채원은 이해하려고 했다.
그녀가 8년 전 그렇게 잔인하게 자신을 몰아세운 것도 딸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분명했다. 차아영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윤채원은 무표정하게 카드를 받아 들고 몸을 돌렸다.
10억으로 모녀 관계를 끊을 수 있고 외할머니와 차아영 사이의 인연까지 정리할 수 있다면 그 돈을 받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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