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1화
남자의 손가락은 뼈마디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그는 얇은 대나무 점괘 막대를 움켜쥔 채 눈가에 살기를 띠었다. 그리고 눈앞의 늙은 주지 스님을 노려보다가 손에 든 막대를 꺾어 탁자 위에 던져버렸다.
“전 신불도, 귀신도 믿지 않습니다!”
그 말과 함께 남자는 차가운 얼굴로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주지 스님의 얼굴에는 노인성 반점이 가득했고 굽은 허리는 낡은 승복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는 부러진 점괘 막대를 내려다보며 자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젊은이, 성질이 너무 급하구려.”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나무처럼 갈라져 있었지만 그 속에는 연민이 서려 있었다.
윤채원은 경담 스님의 안내를 받아 조용히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번호가 붙은 작은 칸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경담 스님은 그중 하나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들고 ‘아미타불’이라 읊조리며 그녀에게 공손히 건넸다.
상자는 직사각형으로 크지 않지만 묵직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절 밖에서는 배유현이 느릅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조금 전 주지 스님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잠시 후, 윤채원이 품에 무언가를 안은 채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배유현은 시선을 내려 그녀가 안고 있는 상자를 바라봤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이건 뭐야?”
가까운 거리에서 윤채원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배유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끝을 감쌌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여름 한가운데 숨 막히게 더운 날이었음에도 손끝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다.
“윤채원.”
그는 불안이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배유현, 차는 여기에 두고 우린 택시 타고 다른 곳으로 가자.”
남자는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상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그는 상자 안의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윤채원의 눈 속에 깃든 슬픔의 무게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무게가 거의 가슴까지 짓눌러왔다.
오후 1시 30분쯤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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