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화
“사실 미워한 적은 없어. 단지 원망했을 뿐이지.”
분만대에 누워 있던 그때, 윤채원은 배유현을 원망했고 동시에 자신도 원망했다.
윤채원은 허리를 굽혀 손을 뻗었다. 하얀 손끝이 남자의 눈가를 스쳤다. 윤채원은 이 오만하고 냉담하던 남자가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녀의 손끝에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
그의 눈물은 바닷바람을 타고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서서히 말라갔다.
“배유현,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어.”
눈앞의 남자는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가장 순수했던 청춘의 한 시절을 놀라울 만큼 아름답게 채워준 사람이었다.
그가 멍하니 떨리는 목소리로 ‘한때 사랑했던’이라는 말을 되뇌는 동안, 윤채원은 손을 거두고 망설임 없이 상자 속의 깨끗한 재를 거친 바다로 흩뿌렸다.
바람에 흩날리며 재는 바다로,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아이는 자유로워졌고 이제 그녀도 그랬다.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윤채원은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 난간을 붙잡고 흐릿한 하늘 사이로 흘러 내려오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뻗었다. 빛은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춤을 추었다.
“안 돼!”
배유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을 붙잡았다. 그의 시선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에 꽂혀 있었다.
바다는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그는 손을 뻗어 마치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 하는 듯 허공을 더듬었다.
“준하야.”
그는 넋이 나간 채 갑판에 주저앉았다.
윤채원은 먹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한 줄기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1분 뒤, 여객선은 환승 센터의 호수에 도착했고 그녀는 배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윤채원은 갑판에 앉은 배유현을 바라봤다. 오만함 따윈 사라지고 남은 것은 텅 빈 그림자뿐이었다.
“아린이는 내 딸이야. 보고 싶다면 볼 수 있어. 하지만 아린의 성은 윤 씨야. 곧 일곱 살이 되는 동안, 그 아이의 세상에는 아빠라는 존재가 없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윤채원은 가방을 열어 카드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남자의 손에 쥐여줬다.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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