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화
동자승이 조용히 물러났다.
배유현은 방석 위에 앉지 않고 그대로 두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무거운 소리가 대웅전 안에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쉰 기운이 짙게 섞여 있었다.
“스님, 점괘 하나만 더 부탁드립니다.”
소명 스님은 치던 목탁을 멈추고 두 손을 모으고는 옆에 있는 젊은이를 한 번 바라봤다.
미간에는 고집과 분노가 섞인 기운이 어렸다.
하지만 그 속에는 부처와 인연이 맺어진 사람의 기운도 있었다.
“시주님, 오늘은 점괘가 없습니다.”
소명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려놓으십시오. 세상만사 억지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
그 무렵, 윤채원의 일상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배유현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보름쯤이 지나고 나서 그녀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장 오성호의 재진료를 받으러 갔다. 윤채원은 외할머니를 휴게 의자에 앉히고 약을 받으러 갔다가 그곳에서 오수빈을 마주쳤다.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 저렇게 거만하고 독선적인지 알 수 없었다.
“유현 오빠가 벌써 일주일째 병원에 안 왔던데 윤채원 씨, 대체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오수빈이 매섭게 따졌다.
그녀는 친구를 통해 배유현이 술에 취한 채 윤채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알고 싶다면 그 사람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윤채원은 집요하게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오수빈 선생님, 저를 그만 방해하시죠.”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 거예요? 누가 봐도 윤채원 씨가 유현 오빠를 유혹한 거잖아요. 유현 오빠처럼 재능 있는 사람이 윤채원 씨 같은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윤채원은 말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오수빈은 그녀가 ‘112’를 누르고 전화를 걸려 하자 황급히 손을 뻗어 막았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송주시 제일병원 의사가 환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고 있는데, 제가 뭘 하려는 것 같아요?”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흰 가운을 입은 여의사와 젊은 여자가 다투는 듯한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수빈은 오성호의 경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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