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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배유현은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열린 방문 너머로 거실 한가운데 놓인 캐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짐은 다 정리되어 있었다. 정돈된 거실은 마치 오래전부터 비어 있던 집처럼 깨끗했다. 이번에 윤채원의 외할머니가 입원하지 않았다면 윤채원은 송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은 결국 자신에게 있었다. 배유현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도시에서까지 내몰고 있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윤채원은 아린과 함께 이곳에서 예전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애당초 윤채원과 진도준의 결혼은 ‘계약 결혼’이었다는 사실을 배유현은 알아냈다. 진도준은 위중한 아버지를 위해서였고, 윤채원은 딸의 유치원 입학 자격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송주에 뿌리내리려 했지만 배유현은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몰아냈다. 상제사에서 돌아오던 날, 소명 스님의 말이 마음 깊은 곳에 남았다. 정작 떠나야 할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 그는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감옥으로 다시 한번 그녀를 가두려 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늘 그가 사랑을 모른다고 했다. 윤채원이 문을 닫고는 고개를 들어 배유현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아린의 어깨 위로 손을 얹어 살짝 끌어당기며 아이를 가볍게 감쌌다. 그리고 몸을 틀어 아린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는 왜 왔어?” 그녀의 행동을 고스란히 눈에 담은 배유현의 눈동자에는 잠시 그늘이 스쳤다. “오수빈이 병원에서 곤란하게 했다며?” 며칠째 술에 절어 살던 탓에 배유현의 목소리는 낮고 쉰 기운이 돌았다. 얼굴에는 피로가 묻었고 고급 셔츠에는 구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건 몰락의 냄새였다. 윤채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너를 꼬셨대. 그러니까 앞으로는 가까이 가지 말래.” “미안.” 남자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내가 직접 얘기할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말해.” “말하면?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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