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화
“이미 충분히 생각했어요. 거기에도 의사가 필요하잖아요.”
배유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마지막 한 모금의 연기를 내뿜고 그는 차 시동을 걸었다.
전화를 끊기 전, 낮게 내뱉은 한마디가 유난히 또렷했다.
“태어나서 지금만큼 정신이 또렷했던 적은 없었어요.”
그날 밤, 배유현은 상제사 안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밤을 꼬박 새워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평생 신불 따위는 믿지 않던 그였지만 그날, 빛바랜 불상들을 올려다보는 순간 마음이 저며왔다.
그는 소명 스님에게 물었다.
“저에게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노승은 목탁을 두드리며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유현은 지금 마치 진흙탕 속에 빠진 사람과도 같았다.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잠겼고,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구원받을 길이 없었다.
바닷속에서 필사적으로 건져 올린 사진 한 장은 이미 젖어 구겨지고 색이 바랬다.
바다에 뛰어들던 순간, 배유현은 수영을 할 줄 알면서도 손발이 꽁꽁 묶인 사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귓가에서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며칠 동안 그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다.
잊고 지내던 아들이 꿈속에서 찾아왔다.
처음이었다.
그는 그제야 윤채원이 겪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꿈속에서 아들은 물었다.
“아빠, 왜 나 버렸어요?”
하지만 배유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꿈속에서 아이는 불길 속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불빛이 번지는 그곳에서 그는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아이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살려주세요!”
배유현은 그 꿈을 찢어버릴 수도, 벗어날 수도 없었다.
눈을 뜬 순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날 오후, 배유현은 병원으로 향했다.
모든 서류를 준비한 뒤 이제 마지막 도장 하나만 남았다.
그는 오성호를 찾아갔다.
오성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청년은 심장외과 최연소 천재로 불리던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구겨진 흰 셔츠 차림이었다.
예전의 반듯한 모습은 사라지고 한순간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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