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화
배유현은 곁눈질로 힐끔거렸다. 그러다 윤채원이 전화로 윤아린에게 당부하며 드러낸 그 부드러운 표정을 바라보는 순간, 몸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마비된 듯한 느낌만 들었다. 배유현은 마음속으로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이 없어도 윤채원과 딸은 잘 지내고 있었다.
진짜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10년, 20년, 30년, 언젠가는 과거의 불행했던 일들을 잊게 될 것이다.
그럼 윤채원은 그를 미워하지 않고 증오를 품고 살지도 않을 것이다.
배유현도 윤채원이 자신을 미워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잊는 게 더 두려웠다.
오전 9시경, 의사가 회진을 왔고 어젯밤의 조금 나이가 있는 의사가 아니라 젊은 의사였다.
그는 윤채원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
배유현은 목구멍과 식도가 손상되었고 급성 위염으로 위 점막이 충혈된 상태였다. 후두가 부어있어 며칠 동안은 삼키기 어렵고 통증이 있으며 목소리가 쉬는 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보호자에게 수시로 주의를 기울이고 호흡 곤란이 발생하면 즉시 의사를 부르라고 했다.
윤채원은 병상 옆에 앉아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집에서 입던 그 분홍색 잠옷이었지만 다행히 디자인이 단순하고 요란하지 않아 평소에도 가끔 택배를 찾거나 아래층에서 개를 산책시킬 때 이렇게 입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았고 현재 휴대폰 배터리는 25% 정도 남아 있었다.
윤채원은 침대에 누워있는 배유현을 한 번 바라보았고 그의 입술은 트고 건조해 있었다.
그제서야 윤채원은 간호사가 여섯 시간 후에는 따뜻한 물을 조금 마실 수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젯밤에 다급하게 온 탓에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간호사실로 가서 일회용 종이컵에 미지근한 물을 조금 따라 담고 면봉 두 개를 가져왔다.
윤채원은 종이컵을 그의 입술에 대주었다.
배유현은 협조적이었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삼킬 때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목구멍에 무언가 막힌 듯 피 냄새가 위로 치솟아 올라왔으며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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