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목요일은 배유현이 쉬는 날이었다.
오후에는 시간을 내서 정신과 진료를 예약했는데 제삼병원이었다. 제삼병원은 제일병원과 거리가 꽤 있었고 구역을 하나 넘어 북성구에 있었다.
여하간에 배유현은 제일병원의 의사였고 젊은 세대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인지라 병원의 홍보까지 겹쳐 의학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정신과 진료를 보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현대인 대부분이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았으니까.
차례가 되어 진료실 문 앞에 서자 배유현은 자조적으로 픽 웃었다. 이제야 환자들이 병을 숨기고 싶어 하는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사실 마음속에 눌러둔 이야기를 낯선 이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지만 혼자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다.
결국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는 의사는 여의사였고 이름은 현지애였다. 그녀는 간단히 몇 가지를 물었다.
배유현은 최근의 심리 상태를 현지애에게 설명하자 현지애는 배유현을 보며 물었다.
“그분을 좋아했나요? 당신의 첫사랑을.”
배유현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몇 초간 침묵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의사는 마스크를 낀 배유현의 외모와 기품만으로도 집안 배경과 뛰어난 외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런 그에게 여자가 부족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좋아한 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낸 건가요?”
의사가 묻자 배유현은 본능적으로 반박했다.
“다른 이야기로 하죠.”
현지애는 다시 배유현을 빤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분이 뚱뚱하고 예쁘지 않아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나요? 그런데도 고백을 받아들여서 연애했고, 그래서 늘 그게 수치라고 여긴 건가요?”
배유현은 미간을 구겼다.
“아뇨...”
“그럼 그분과 헤어지고 나서 해방감을 느꼈나요?”
배유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른 이야기로 하죠.”
“먼저 이별하자고 한 건 누구였죠?”
배유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
현지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말해보세요. 그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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