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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배유현이 말한 그 사람은 어쩌면 외모 때문에 첫눈에 반해 끌린 건 아닐 것이었다. 그런데도 배유현은 그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왜 헤어졌나요?” “그때 제가 유학을 가야 했거든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송주시에 남을 수도 있었지만 형과 경영자 자리를 하나 두고 다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배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내려놓았다. 어린 시절 유괴 사건으로 이미 형 한 명을 잃은 배유현은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철없고 장난기만 가득했던 성격은 단숨에 사라져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으로 변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분은 참 귀엽고 솔직한 사람이었네요.” 배유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꿈에서 자주 보고 있다고 했죠.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이 자꾸만 다른 여자의 얼굴로 바뀌었고요. 그 여자는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인데도 마치 오래전에 알던 사람처럼 이상하게도 욕정을 느끼기도 했고 환자분 눈에는 두 사람이 닮아 보였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이죠. 혹시 그 여자분을 첫사랑의 대체품으로 여기고 있는 건가요?” “아뇨.” 배유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윤채원을 성다희의 대체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윤채원에게서 분명하게 성다희의 그림자가 느껴졌지만 성다희가 아니라 이채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그때 했던 의심이 우습게 느껴졌고 남에게 성다희를 비춰보는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가끔 윤채원과 마주칠 때마다 못 본 척,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배유현 씨 첫사랑에 대한 묘사를 보면 사실은 유학 때문에 헤어진 걸 후회하고 있는 것 같네요. 또 정말로 이별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죠. 배유현 씨 기억 속 그분은 늘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배유현 씨가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 배유현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그래서 배유현 씨는 지금 후회하고 있나요?” 배유현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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