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여의사가 목소리가 다시 등 뒤로 들려왔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거죠?”
구름 사이를 뚫고 오는 듯 그의 마음을 곧바로 찔렀다.
배유현은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배유현 씨, 사실 여자 입장에서 배유현 씨 이야기를 듣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마 그분은 당신과 자신의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고 예민하며 마음이 연약한 상태였을 거예요. 배유현 씨 말대로 그분은 외모로 배유현 씨를 끌어당긴 게 아니고 통통한 여자아이였죠. 어떤 방식으로 배유현 씨를 남자친구로 만든 것이니 그분 또한 배유현 씨와 오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했을 거고 무엇보다 마음이 착했죠. 마치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꿋꿋이 자라는 풀처럼요. 아무리 힘들어도 길고양이를 구하겠다고 일주일 굶기도 했죠. 배유현 씨는 그분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끌리고 있었던 거예요. 사실 배유현 씨도 그 길고양이를 구하고 싶었잖아요. 배유현 씨도 그렇고 그분도 다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단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었죠.”
“어떤 방식으로 하는 수 없이 그분과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배유현 씨는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그분이 그런 선택을 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일부 포기했을 거라는 걸요.”
“어릴 때부터 빛나는 배유현 씨와는 아주 달랐을 거예요. 어둠뿐이던 삶에 한 줄기 빛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배유현 씨예요. 배유현 씨는 그분과의 연애를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그분에게는 배유현 씨가 어두운 방 속 작은 형광등 같은 존재였죠.”
배유현은 잠시 멈칫하며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때 성다희가 예전에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난 도둑이 아니야. 날 믿어줄래?”
“하지만 그분이 이미 새로운 삶을 사는 거라면 축복해주세요.”
돌아가는 길, 배유현은 차를 빠르게 몰았다. 의사의 말이 여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