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화

채윤학은 자신의 옆에 누워 잠든 윤성빈을 보자 몰래 손목 전화 시계를 가지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박지훈에게 연락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의 손목에 있던 전화 시계는 온데간데없었고 다시 고개를 숙여 입고 있던 옷을 보니 이미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채윤학의 전화 시계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쓸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 한숨을 내쉬자 옆에 누워 있던 윤성빈이 바로 눈을 뜨며 물었다. “아직도 아픈 거야?” 채윤학은 그가 이렇게 쉽게 잠에서 깨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안 아파요. 고마워요, 아저씨.” 윤성빈은 아저씨라는 이 단어가 듣는 내내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는 묵묵히 눈앞의 아이를 보며 물었다. “넌 이름이 뭐니?” 채윤학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박윤학이요.” 박윤학? 박 씨라고? 윤성빈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채윤학은 윤성빈이 자신을 납치해 데려왔다는 건 틀림없이 자신과 엄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걸 보니 윤성빈이 그렇게 빨리 모든 정보를 다 조사한건 아니라고 확신했다. 박지훈은 여태 채윤학과 채하진, 그리고 채시아의 모든 정보를 깊이 숨겨왔다. 아이는 그가 말이 없자 단순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아저씨, 제 이름 이쁘죠? 우리 아빠가 지어주신걸요.” “박씨 성이 듣기만 해도 패기가 넘치지 않아요?” ‘뭔 패기가 있다고 그러는 건데?’ 아이는 아프지 않으니 또다시 윤성빈을 약 올리기 시작했다. 윤성빈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네가 왜 배가 아픈 것인지 알아?” 채윤학은 그가 혹시 자신의 병을 알고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그건 네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래. 말이 많은 아이들은 배가 아프거든.” 윤성빈은 말 한마디만 남긴 채 휴식실에서 나왔다. 그가 휴식실에서 나오자 허준이 앞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윤 대표님, 깨어나셨어요?” “그래.” 윤성빈이 자리에 앉자 허준은 사람을 시켜 아침 준비를 하게 했다. 그는 눈앞의 준비한 음식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