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2화

강원영은 속으로 확신하며 사람들의 부추김 속에 윤성빈 옆자리에 앉았다. 조명이 어둑해 그의 표정을 정확히 읽을 수 없었고 처음의 수줍음도 사라진 채 과일을 까서 먹여주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윤성빈이 무표정하게 물었다. “내가 돈 안 준다고 해도, 넌 여기 앉아 있었을까?” 강원영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표정을 고쳐 잡았다. “대표님 곁에 앉는 것만으로도 제겐 영광이에요. 돈은 필요 없어요.” 돈은 필요 없다니. 그 말을 들은 윤성빈은 자연스레 채시아가 떠올랐다. 여러 해 결혼생활을 했지만 이혼하고 나서야 그녀가 단 한 푼도 집안 돈을 쓰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그였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넌 여기서 일해. 무급으로.” 그는 느긋하게 말했지만 말 속에 담긴 뜻은 명확했다. 제호 클럽이 그의 직접 소유는 아니지만 그가 한 마디만 하면 누구도 거절하지 못한다. 강원영의 눈에 놀람이 비쳤다. “대표님, 농담하시는 거죠?” 그녀가 이곳에 온 건 전부 돈 때문이었다. 고학력자이니 월급 이백만 원짜리 일은 많았다. 하지만 그보단 하루에 이백만 원을 벌 수 있는 이 일이 훨씬 나았다. 게다가 젊고 예쁘니까, 혹시라도 재벌을 낚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농담 같아?” 윤성빈은 되물었다. 주변 친구들조차 놀란 눈치를 감추지 못했다. “성빈아, 너 왜 그래?” 하지만 윤성빈은 대꾸도 없이 강원영을 바라봤다. “불만 있어?” 그의 냉랭한 기운에 강원영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요.” 그녀는 이게 그의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윤성빈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그가 한 말을 철회하는 법은 없다는 걸. 이 말인즉, 강원영은 오늘부로 무급 노동자가 된 셈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에게 돈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오히려 더 대담해져 윤성빈에게 말을 걸었다. “대표님, 전부인 분 성격 많이 안 좋으셨나 봐요?” 이 말에, 방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고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윤성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