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화

지금의 윤성빈은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눈빛이었다. 채시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미쳤어요?” 윤성빈은 냉소 어린 웃음을 흘렸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 놈을 죽도록 사랑했던 건 바로 너였잖아?” 그의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풍겨왔다. 채시아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지금의 그는 취해 있었고 이성을 놓고 있었다. “나, 술 취한 사람이랑 말 섞기 싫어요. 당장 놔요.” “안 놔.” 그는 단번에 그녀를 끌어안고귓가에 바싹 다가가 속삭였다. “내가 놔주면 넌 박지훈이랑 도망칠 거잖아. 그렇지?” 채시아는 손을 뿌리치려 애썼지만 윤성빈은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단어마다 감정을 눌러가며 말했다. “왜 나를 배신했어? 평생 나만 사랑하겠다고 했잖아. 왜 그 약속 안 지켰어?” 그의 눈은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 애 처음 봤을 때, 난 진심으로 내 아들인 줄 알았어. 정말로, 내 아들인 줄 알았다고!” 쌓이고 쌓였던 억울함과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우리 아이 잃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박지훈 애를 가진 거야? 너,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그의 날 선 말들이 그녀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채시아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성빈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 그의 손길과 술 냄새에 속이 뒤틀렸고 울컥이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지금 나한테서 손 떼는 게 좋을 거예요.” 토할 것 같은 걸 간신히 참으며 그녀가 말했다. “내가 안 놓으면?”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채시아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순간, 거친 구토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윤성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채시아는 그를 밀치고 몸을 일으켜 욕실로 달려갔다. 이 익숙한 감각은분명히 임신이었다. 그녀는 욕실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들어갔고 곧이어 윤성빈이 따라 들어왔다. 술기운이 조금 가신 그는 찡그린 얼굴로 더럽혀진 옷을 벗어던지며 다가왔다. “내가 그렇게 혐오스러워?” 채시아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