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만약 임지안이 정말로 울기라도 한다면 가장 먼저 허둥대며 달려왔을 사람은 다름 아닌 서강준 자신이었다.
그때의 서강준은 형 서강민의 호된 꾸중을 들어야 했고 지현 누나의 잔소리까지 감당해야 했다.
결국 그는 임지안이 화가 풀릴 때까지 얻어맞아 주며 달래야 했다.
그렇게 단순하고도 다정했던 지난날의 행복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변해버렸고 남은 건 쓰디쓴 추억뿐이었다.
서강준은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시린 아픔을 꾹꾹 눌러 삼키며 살며시 사진 속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마치 예전에 그녀의 볼을 꼬집던 그 감촉을 떠올리듯이.
그때였다.
사진 액자 뒤편에서 손 글씨 카드 한 장이 떨어져 나왔다.
그는 급히 몸을 굽혀 그것을 주워들었다.
익숙하고 고운 글씨체의 임지안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서강준, 만약 네가 이 카드를 보게 된다면 제발 나 대신 잘 살아 줘. 모든 원망을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 줘. 내게는 다른 바람이 없어. 단 한 가지 부탁만 있어. 제발 내 부모님을 잘 돌봐줘. 이제 나는 없고 다들 비로소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을 거야.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 나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조금 먼저 강민 오빠와 언니를 만나러 간 것뿐이야. 두 사람은 분명 나를 오래 기다렸을 거야. 나 정말 그리워.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 정말 너무너무 버거웠어. 이제 나를 조용히 떠나보내 줘.]
마지막 문장을 쓸 때 임지안은 아마도 기운이 다해 피를 토했을 것이다.
몇 방울의 핏자국이 카드 위로 떨어져 번졌고 닦아내려 애썼지만 지워지지 않은 어두운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다 흘린 눈물이 번져 카드 곳곳에 젖은 흔적이 퍼져 있었다.
카드를 움켜쥔 서강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눈앞은 이미 눈물로 젖어 흐릿했다. 슬픔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온몸을 삼켜 버렸다.
그의 손에 들린 카드를 본 임지안 부모가 지친 손을 내밀었다.
“우리도 좀 보여줘.”
움츠러들었던 손가락이 천천히 힘겹게 펴졌다.
서강준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듯 아주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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