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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성남 하얏트 호텔. 신부대기실에 앉아있던 신주은은 거울 속에 비친 화려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 상황을 실감할 수가 없었다. 식물인간에게 시집와서 평생 과부로 살아야 하나 했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자신이 강씨 집안에 들어온 첫날, 강이준이 눈을 떠버린 것이다. 그날 신주은은 그저 강이준의 얼굴이나 보려고 그의 방으로 들어갔었다. 오랫동안 잠들어있는 그 남자는 몹시 야위어있었는데 속눈썹이 창백한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낸 터라 마치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했다. 이렇게 식물인간 신세가 되지만 않았어도 아주 잘생긴 외모를 자랑했을 것 같은데, 신주은이 그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쉴 때, 강이준의 손가락이 불현듯 움직였다. 깜짝 놀란 신주은이 뒷걸음질을 치자 강이준은 어느새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그와 눈이 마주친 신주은은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선, 선생님! 강이준 씨 깨어났어요!” 그렇게 그 뒤로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었다. 강씨 집안 사람들은 감격에 찬 눈물을 흘려대고 의사는 검사를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신주은은 홀로 구석으로 가 자고 있어야 할 남자가 의식을 차리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강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통이었다. 강이준이 눈을 떴다는 말에 의사, 고용인, 집안 어르신 할 것 없이 모두가 이 방으로 모여들었다. 강이준이 정말 눈을 뜬 걸 확인한 강씨 집안 사모님은 그녀의 앞에 무릎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주은아, 네가 정말 우리 집안의 복덩이구나!” 그 뒤로 강이준이 그녀를 보길 청하자 신주은은 파혼 이야기를 하려는 줄 알고 담담히 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애초에 이 결혼을 왜 추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신씨 집안이 강씨 집안과 정략결혼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러니 강이준이 눈을 뜬 지금, 그가 파혼을 요구해도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 “주은 씨는 우리 집안에서 왜 이 결혼을 허락한 건지 알아요?” 그런데 신주은이 묻기도 전에 강이준이 먼저 그것에 관한 질문을 했다. 신주은이 당연히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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