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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비서는 그렇게 말하며 사람들 틈을 뚫고 들어와 신하린의 앞에 선물을 한가득 내려놓았다. 다이아몬드가 달린 목걸이, 명화, 그리고 섬 매입 토지 계약서까지, 다양하고도 놀라운 선물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게 다 하린 씨 선물이라고요?” “전에 경매에서도 하린 씨를 위해 올인 입찰을 했다던데 이렇게 선물까지 보낸 걸 보면...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은 수군거리며 언뜻언뜻 신주은의 눈치를 봤다. 외적으로 보나 출신으로 보나 전부 다 그녀가 우위인데 지금은 정원에 있는 모두가 다 그녀가 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주은은 손에 든 샴페인 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테라스로 향했다. 선선한 저녁 바람을 받으며 조금이나마 숨을 돌리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신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왜 혼자 여기 있어?” 테라스에 오직 둘 뿐인 걸 확인한 신하린은 순식간에 가면을 벗어던졌다. “너 그 식물인간이랑 결혼한다며? 아빠한테 들었어.” 그녀의 미소는 무척 악독했다. “너나 너희 엄마나 참 불쌍해? 어떻게 나랑 우리 엄마한테 한번을 못 이겨?” 신주은은 그 말에 무서운 얼굴로 뒤를 돌며 입을 열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못 들었어?” 신하린은 신주은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더니 이내 빨간 입술을 움직이며 악마보다 더한 말을 지껄였다. “너희 엄마는 죽어도 싸.다.고.” 짝! 날카로운 마찰음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정황상 누가 봐도 신주은이 때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신주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신하린의 뺨을 내리친 건 신하린 본인이었다. 신하린은 독한 눈빛으로 신주은을 바라보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에 금세 울음을 터트리며 타이밍 좋게 등장한 문재하의 품에 안겼다. “미안해, 언니...” 그녀는 빨개진 볼을 감싸며 연식 훌쩍거렸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흡... 정말 미안해...” 뒤이어 신성철과 손님들도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들은 상황을 보자마자 곧바로 신주은에게 질타의 눈빛을 보냈다. “신주은! 내가 그 성질머리 좀 고치라고 했지! 넌 대체 뭐가 문제야!” 신성철의 호통과 함께 손님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신주은을 질책했다. “어쩜 저렇게 악독해?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이면 생일날...” “어머니를 일찍 잃어서 그런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것 같네요. 그러니 동생 생일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죠.” 신주은은 신하린이 설계한 판을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더니 곧바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신하린의 뺨을 철썩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잘 봐.”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의 손님들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이게 내가 때린 거니까.” 자리를 벗어날 때 신주은은 신하린을 품에 꼭 안은 채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문재하와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 정원 밖. 신주은이 조용한 곳으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려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팔을 억세게 낚아챘다. 힘을 얼마나 세게 주었는지 신주은은 이대로 뼈가 부러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가씨!” 문재하는 분노를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며 대뜸 큰소리로 외쳤다. “왜요?” 신주은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한껏 빈정거렸다. “이번에는 사람을 시켜서 내 뺨을 때리라고 하려고요?” 문재하는 그 말에 흠칫했다. ‘설마... 그날 일을 눈치챘나? 아니, 그럴 리 없어.’ “아가씨는 다 가졌으면서 왜 하린 씨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입니까?” “내가 뭘 다 가졌는데?” 신주은이 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즐거워한다기보다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았다. “신하린 때문에 우리 엄마는 내 동생을 임신한 채로 돌아가셨고 나는 신하린이 들어온 뒤로 내 방, 내 옷, 내 용돈, 아빠, 거기에 유학 자리까지 모조리 다 빼앗겼어. 그런데 내가 뭘 다 가졌는데?” 문재하는 그녀의 입으로는 처음 듣는 그녀의 과거 얘기에 조금 놀란 듯 아주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달빛 아래, 신주은의 얼굴은 오늘따라 매우 유약해 보였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끝까지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제가 듣기로는.” 문재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린 씨야말로 천대를 받으며 자랐다고 들었습니다.” 신주은은 코웃음을 한번 치더니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던가.” “아가씨, 며칠 휴가를 쓰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문재하가 신주은의 뒷모습을 향해 통보하듯 말했다. “마음대로 해요.” 신주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별장 밖으로 나가서는 차량에 올라탔다. 시동이 걸리고 차량이 어느 정도 나아갈 때쯤 신주은이 갑자기 말을 바꿨다. “기사님, 차 좀 돌려주세요.” 본가 근처로 다시 돌아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문재하가 롤스로이스 차량에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저 차 좀 따라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문재하를 태운 차량은 번화한 길거리에 자리 잡은 타투 가게 앞에 멈춰 섰다. ‘타투?’ 신주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투명한 가게 유리를 통해 안을 바라보자 문재하가 셔츠를 벗으며 타투이스트에게 가슴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입 모양을 보니 [하린]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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