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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파혼

“뭐라고? 왜?” 심은숙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놓고, 청첩장도 다 돌렸는데 지금 와서 그게 무슨 말이니?” 어머니의 품에 머리를 파묻은 임가윤은 마치 억울함을 토로하는 아이처럼 투덜거렸다. “그냥...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요.” 심은숙은 안쓰러운 얼굴로 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고 목소리도 한결 누그러졌다. “너 어릴 때부터 태오 좋아했잖아. 결혼해서 가정 꾸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어? 대체 왜 갑자기 싫다고 하는 거야?” 임가윤은 기분이 씁쓸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문태오가 자란 모습을 지켜봐 왔고, 뛰어난 능력 덕분에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6개월 전 약혼을 한 이후로 아버지는 회사의 주요 사업을 믿고 맡길 만큼 그를 아꼈다. 그런데 엄마 앞에서 어찌 문태오의 마음속에 그녀가 설 자리는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결혼 생활 내내 겉으로만 사랑하는 척, 다정한 척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아이를 가질 자격조차 없었고, 설령 건강을 잃는 한이 있어도 일말의 연민조차 얻지 못했다. 결국 사업마저 조금씩 빼앗기면서 그룹사는 문태오가 정상에 오르기 위한 디딤돌이 되고 말았다. 지난 생을 떠올릴 때마다 임가윤의 가슴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모님, 소혜 아가씨가 돌아오셨어요. 태오 도련님과 함께요.” 밖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은숙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마 결혼식 준비를 상의하거나 겁먹은 딸을 보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이내 임가윤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얼른 세수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어. 태오가 기다리잖아.” 임가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박소혜가 이제야 돌아왔단 말인가? 하긴, 지난 7년간 밤낮으로 그리워해 온 첫사랑을 어젯밤 어렵사리 되찾았으니 당연히 쉽게 집으로 돌려보낼 리 없지. 박소혜는 어머니의 절친 박정애의 딸이다. 6개월 전, 해외에서 돌아와 문태오의 약혼식에 참석한 뒤 국내에서 활동할 계획이라며 임씨 가문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어머니는 옛정을 생각해서 친구의 딸을 정성껏 돌봐주었다. 무엇이든 똑같이 두 개씩 준비해서 박소혜 것도 챙겼고,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전생에 박소혜가 뜻밖의 화재로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는 오열하다 기절까지 했다. 친구의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마치 하늘이 무너진 듯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전생에 부모님이 돌아가고 나서 재산을 정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버지가 수년간 몰래 자산을 해외로 옮겨두었던 것이다. 그 규모는 경악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돈의 종착지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름 아닌 박소혜의 어머니, 박정애의 계좌였다. 안타깝게도 당시 박소혜와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기회를 엿봐서 어머니에게 귀띔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딴마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임가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발목이 아직도 아팠기에 도우미에게 휠체어를 부탁해 2층 복도의 난간 옆에서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맞춤 정장을 차려입은 문태오는 키가 더욱 훤칠해 보였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오늘 소혜를 데려다준 것도 있지만 사실 드리고 싶은 말씀 때문에 찾아왔어요. 전 가윤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여동생처럼 아껴왔고, 이성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소혜에요. 부디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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