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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가 사줄게

안희정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사모님.” 그리고 도우미 몇몇을 데리고 임동훈을 피해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임동훈은 분을 못 이겨 심은숙을 손가락질했다. “당신,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 하지만 분노로 이성을 잃은 심은숙 앞에서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애초에 아내와 정면으로 맞설 용기는 없었다. 잠시 후 도우미들이 정갈하게 포장된 박스와 쇼핑백을 한 아름 안고 내려와 박소혜의 발치에 내던졌다. 심은숙은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네 물건 챙겨서 당장 꺼져.” 박소혜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무고한 며느리가 권세 있는 집안에서 모진 핍박을 당한 것 같았다. 문태오는 즉시 박소혜를 등 뒤로 끌어당겼다. “어머님,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으세요? 소혜가 마음에 안 드시면 제가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이내 멈칫하더니 임가윤을 바라보았다. “오늘 일은 너한테 미안하지만 내 결정은 변함없어.” 그리고 박소혜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한 번 확신한 사랑은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 우린 이만 가자.”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 앞만 보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이게 무슨 일이래...” 임동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급히 뒤따라 나갔다. “태오야, 소혜야, 잠깐만!” 박소혜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임동훈을 바라보았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아저씨, 죄송해요. 폐를 끼쳐서...” 임동훈은 괜히 마음이 짠했다. “그런 말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고는 가까이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소혜야, 약속 잊지 않았지? 다음 주 월요일에 꼭 회사에 출근해. 기술본부장 자리 널 위해 남겨놨으니까.” 박소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저씨.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문태오와 박소혜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도우미들이 들고 내려왔던 선물 상자와 쇼핑백들이 이번엔 집 밖에 나뒹굴었다. 몇몇 고급스러운 상자들은 뚜껑이 열리면서 안에 있던 물건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박소혜는 뒤돌아보았다. 그동안 가장 아끼던 보석과 액세서리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지자 속상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문태오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쓱 훑어보더니 박소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보지 마. 앞으로 네가 필요한 건 내가 다 사줄게. 이런 싸구려는 없어도 돼.” 한편, 거실. 심은숙은 딸을 끌어안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가윤아, 이게 다 못난 엄마 탓이야. 엄마가 사람을 잘못 봐서 네가 이렇게 큰 상처를 입게 되었구나. 미안해...” 임가윤은 조용히 어머니의 등을 토닥였다. 문태오의 배신보다 박소혜 때문에 상심이 더 큰 듯했다. 그동안 딸처럼 아껴온 건 사실이니까. “엄마, 그런 말씀 마세요. 이건 엄마 잘못 아니에요. 태생부터 양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잘해줘도 모를 거예요.” 임동훈이 굳은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 서로 껴안고 있는 모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콧방귀를 뀌더니 곧장 서재로 향했다. “엄마, 아빠 오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임가윤이 불쑥 물었다. “아마 문태오를 건드릴 엄두가 안 나서 그럴 거야.” 심은숙은 무의식적으로 남편의 편을 들었지만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다. 임가윤이 냉소를 지었다. 임동훈은 본래 집안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고, 처가의 지원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사업 판에서 그렇게 오래 굴러다녔지만 옛날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늘 생각했다. 아버지가 겉보기만큼 단순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엄마.” 임가윤이 계속 넌지시 말을 꺼냈다. “아무리 문씨 가문을 의식한다 해도 자기 딸한테 이렇게 무관심하고, 오히려 남을 감싸고도는 게 납득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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