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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결혼식이 필요해

심은숙은 멍하니 딸을 바라보았다. 임가윤은 차갑게 식어간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엄마, 앞으로 아빠 좀 잘 지켜보세요.”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특히 금전적인 면에서 더더욱. 집안 지출이든 회사 장부든 엄마가 좀 더 신경 쓰셔야 해요. 어찌 됐든 자기 손에 돈 좀 쥐고 있다고 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심은숙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그 숨은 뜻을 모를 리 있겠는가? 오늘에 보여줬던 남편의 이상 행동, 그리고 평소의 수상한 모습들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올랐다. 심은숙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고, 가슴마저 답답했다. “알았어, 가윤아.” 이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임가윤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 외할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는 임하 그룹의 지분 일부를 그녀에게 물려준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25살까지 미혼이면 부모님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결혼한 경우에는 본인이 40%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생에 그녀는 내일 문태오와 결혼해서 지분도 손에 넣게 되었다. 하지만 파혼당한 지금은 남편 후보 자리가 공석이었다. 그러니 이제 한시라도 빨리 결혼할 수 있는 적당한 상대를 찾아야 했다. 외할아버지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임동훈이나 문태오에게 틈을 주면 안 되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임가윤은 휴대폰을 꺼내 강보라의 연락처를 찾았다. [보라야, 자?] 문자를 보내자마자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강보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추궁했다. “가윤아, 방금 단톡방에서 난리 났어! 문태오가 오늘 찾아가서 결혼 못 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심지어 지금 너희 집에 얹혀사는 박소혜랑 결혼한다던데? 진짜야?” 임가윤은 미간을 주물렀다. “응.” “대박!” 강보라는 대뜸 욕부터 했다. “정신이 나갔나? 너 같은 천사를 놔두고 기어코 여우를 택해? 눈이 삐었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문태오 그 인간, 겉으론 점잖은 척해도 속은 온통 꼬였다고 했지? 너랑 절대 안 어울린다고 입이 아프도록 말렸는데 끝까지 귓등으로 듣더니!” 강보라는 화가 나서 발만 동동 굴렀고, 속사포처럼 욕설을 퍼부었다. 잠자코 듣던 임가윤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생에 단 한 번이라도 친구의 말을 귀담아들었더라면 그렇게까지 비참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도 하늘은 그녀에게 오로지 자신을 위해 다시 한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휴대폰 너머로 잠잠해지고 나서야 임가윤은 유유히 입을 열었다. “보라야, 전에 네가 말한 적 있잖아. 그 먼 친척 오빠...” “누구?” 강보라는 어리둥절했다. “너희 집에서 결혼하라고 자꾸 재촉하는데 아직도 솔로라고 했던 그분.” “아아아!! 그 사람!” 강보라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고, 놀라움과 흥분이 뒤섞여 있었다. “그 사람은 왜 물어보는 건데? 설마... 너, 결심한 거야?” 임가윤이 묵인했다. “아직도 결혼할 사람 찾고 있는대?” “당연하지!” 강보라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잘 들어, 우리 사촌 오빠 말이야 진짜 잘생겼어. 키 188cm에 널따란 어깨, 탄탄한 복근과 긴 다리까지, 옷태는 기가 막히고 벗으면 완전 근육질이라니까? 단지 성격이 좀 까칠한 게 흠이지. 약간 쌀쌀맞고, 그리고... 음, 어쨌든 직접 만나보면 알 거야. 하지만 장담하건대 인품 하나는 끝내줘! 문태오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완전히 썩은 놈이랑은 비교도 안 돼.” 임가윤은 쉴 새 없는 칭찬을 늘어놓는 강보라의 말을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었다. “보라야, 그 사람이랑 만나게 약속 잡아줄래?” “알았어. 나만 믿어. 지금 바로 연락할게. 그런데 너, 진짜 마음 단단히 먹은 거지?” “응.” 임가윤은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결혼식이야.” 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이어지더니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윤아, 문태오가 파혼해서 충격이 컸어? 홧김에 그러거나 아직 마음 정리가 덜 된 거라면...” “아니야.” 임가윤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내가 무슨 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자세한 이유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 줄게. 일단 약속부터 잡아줘. 최대한 빨리.” “알았어, 연락해 보고 금방 알려줄게. 약속 잡고 시간과 장소 보내 줄 테니까.” 행동파인 강보라는 그날 밤 바로 문자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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